경기조정 어떻게 될까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반도체와 컴퓨터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생산과 투자가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소비 증가율은 눈에 띄게 낮아지는 등 경기의 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올 2·4분기(4∼6월)를 고비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국내 경기가 다시 상승 탄력을 받아 가파른 성장세를 재현할지, 아니면 소비심리 위축과 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둔화세가 계속될지 갈림길에 서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지표 대체로 양호〓통계청이 30일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은 작년 같은 달보다 19.3%, 수출 출하는 31.2%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기업들이 컴퓨터와 통신기기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 30%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실물 경제의 대표적 지표인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한달 전(81.9%)과 비슷한 81.5%를 기록했다.

반도체 요인을 뺀 생산 증가율은 9.3%로 외환위기 이전인 95∼97년의 8∼9%보다 높은 수준.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3포인트 증가해 경기가 완만하나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반면 도소매 판매는 증가율이 전월의 11.1%에서 8.3%로 떨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촉발했던 소비심리가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하강 우려감 등으로 인해 냉각되는 조짐을 보였다. 국내 건설수주도 공공부문의 부진으로 증가율이 44.3%에서 12.7%로 크게 하락했다.

▽“상승이냐 둔화냐” 엇갈린 분석〓박화수(朴華洙)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내수는 다소 둔화됐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여 실물경제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 대신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현상은 산업활동이 정상궤도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경기 상승기 이후 일정기간 조정(또는 하강)을 거친 뒤 다시 상승하는 형태인 ‘M자형 성장곡선’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가 활발한 점을 감안할 때 경기가 이미 정점에 도달해 하강중이라는 일부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러나 이미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에서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대외여건도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어 경기가 당분간 급상승세로 반전할 여지는 별로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기 성장세가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지나치게 의존해 업종간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현상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辛金德)동향분석팀장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올 하반기 중에는 경기가 급강하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호황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며 “현재의 추세를 이어가면서 연착륙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