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챙기자/구조조정]"부실기업 시장원리대로 처리를"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11분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완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최종적으로 투입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토대로 부실기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금융 부실→기업 재무상황 악화→부실 확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는 것이 작금의 경제불안을 풀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단, 이번 공적자금 투입은 금융기관을 클린화하는 차원을 넘어 부실 경영진을 엄벌하고 해당 기업 주주 등 관련 당사자에게 엄밀한 책임을 묻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 이번이 마지막〓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 부실채권 매입 및 증자지원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 재원이 바닥나고 부실은 남아있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연구원 권재중(權才重)연구위원은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 비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을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이 문제의 크기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며 “공적자금 투입 규모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정부는 금융기관의 공적자금 투입을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퇴출을 할 수 있도록 완충재로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금융노조 파업 이후 9월중 은행의 경영개선계획을 판단해 10월부터 독자생존이 어려운 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일단락짓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이다스에셋 박광수 이사는 “은행 구조조정은 공적자금 투입 후 인원 및 조직 감축을 통한 수익성 제고, 신용분석 기능 강화 등 경쟁력 제고가 관건”이라며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시중은행의 중복 점포와 인원 감축 등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참여자들은 또 2단계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구상을 서둘러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생사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현재 기업구조조정은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한 느슨한 워크아웃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도 법정관리나 화의가 아닌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채권단은 부도를 내면 곧바로 부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급적 퇴출보다는 자금지원을 통한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회생 가능한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시킨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쉽게 퇴출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워크아웃을 통해 부실기업의 부도를 억지로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메커니즘대로 기업을 처리하지 않으면 기업의 잠재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전돼 정부의 공적자금 부담만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벌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시장은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 기업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오너 중심의 족벌체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에 대해 철저한 자구노력과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나 유동성 개선 차원에서 사태가 봉합됐고 실질적인 3부자 퇴진, 현대중공업 조기 계열분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현진·김두영기자>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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