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壁 의외로 높다…中企 100여곳 대부분 쓴맛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06분


‘의외로 높은 만리장성의 벽.’

중국에 진출한 중소 기업이 100개를 넘어섰지만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작정 진출했다가 원천 기술만 노출시키고 ‘빈손’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안되는 일도 없지만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3억 인구로 몇 년뒤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면 철저한 준비, 적합한 비즈니스모델(BM)설정, 우량 파트너 선정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성급한 결정은 금물〓통신장비업체인 W사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통신박람회에서 만난 한 중국 통신사와 CDMA중계기의 판매 및 설치를 위한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수출을 포기했다.

이 회사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으며 그 동안 법인설립허가 및 출장비 등에 쓴 경비만 3억원 이상이 들었다. 22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신용장 개설에 실패해 수출지역을 유럽으로 바꿨다.

중소기업의 중국진출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두환 부장은 “우선 현지 연락사무소 형태로 시장에 들어간 뒤 차츰 법인으로 진전시켰다면 시간과 돈 낭비가 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전기방지 장갑 제조업체로 97년 중국에 합작 공장을 설립해 연간 수출목표를 500만 달러로 정한 K사는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측이 이 회사 기술을 1년만에 습득한 뒤 더 이상 합작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나온 것. 중국측이 애초부터 선진 기술을 빼내려고 합작 조건을 유리하게 제시한 것을 몰랐다고 K사측은 주장한다.

이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특허등록 이전에 핵심기술 홍보 또는 중국 당국의 사업 허가 과정에서 기술정보를 제공했다가 불법 복제를 당하는 등 낭패를 본 기업이 많다”며 “선진국에 진출한 경험도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

▽자금력 기술력 마케팅 능력이 모두 필요〓멀티미디어 및 통신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최근 영상전화기 18만대(594억원 상당)를 중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부러움을 샀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호출기의 핵심 반도체와 완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시장 상황을 철저히 조사했다. 해외 시장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의 최대 통신회사인 거룡전신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 회사는 당사자를 직접 접촉하기보다 중국 통신기관과 관련 업체 100여명을 초청해 영상전화기 제품 발표회를 열고 간접 홍보 효과를 노렸다.

이 영상전화기에 탑재된 영상처리용 반도체는 4년동안 6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세계에서도 두 세 개 기업만이 보유한 핵심기술. 시간을 갖고 거룡측을 접촉, 판매 제안서를 내밀자 OK 사인이 되돌아왔다.

김연홍 차이나게이트넷사장은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뒤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험을 축적한 뒤 중국 시장이 지닌 잠재적 매력과 숨어있는 함정을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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