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M&A생존방식 명암 갈려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35분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인수 합병(M&A)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기업이 있는 반면 부실기업을 인수해 덩치만 키우고 질곡에 빠지는 기업도 있다. 올해 국내 기업간 M&A는 지난해에 비해 80% 가량 늘어난 1000건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시대의 M&A 활용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5가지의 M&A 유형을 추출하고 성공적인 M&A를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M&A 유형〓새로운 서비스와 아이디어로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나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경우 자금력이 있는 인터넷 포털 기업과 합치는 ‘생존형’. 인터넷 상에서 동창생 찾기 서비스로 인기를 모은 아이러브스쿨이 야후와 합병을 모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동종 업체내 구매와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공동 인터넷 사이트(마켓플레이스)’가 합쳐져 경쟁력을 키우는 ‘단합형’은 화학 업종의 캠캐로스와 캠라운드간의 합병 움직임이 그 예.

또 굴뚝기업이 닷컴기업과 합병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변신형’, 상위 2, 3위 업체가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몸집을 늘려 시장지배력을 굳히려는 ‘몸집 부풀리기형’과 핵심 기술을 가진 소규모 업체를 인수해 기술개발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인수 개발(A&D)형’도 늘어날 전망이다.

▽성공전략〓4월 합병을 발표했던 네이버와 새롬기술간의 합병은 진행과정에서 네이버 직원들의 반대로 한달여 만에 무산됐다. 벤처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주주인 경우가 많아 합병 전에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M&A 컨설팅 전문업체인 ‘인터바인 M&A’의 김훈식(金勳植)사장은 “주주인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없이 일단 합병을 발표한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사장은 또 양사가 합병하는 경우 합병비율을 산출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합병비율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합병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고재민(高在民)연구원은 성공적인 인수 합병을 위한 체크 포인트로 합병전 기업간 비전 공유, 통합에 따른 재무 성과 추산, 통합후 제품과 시장의 적합도, 두 조직간 문화적 적합성 등을 지적했다. 고연구원은 특히 일단 통합이 발표된 후에는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해 고객의 신뢰하락과 구성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