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 재위기]정부 "시간없다" 고삐 바짝 죈다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25분


‘현대문제가 안풀리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

정부는 현대사태를 개혁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는 정부는 현대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기업개혁은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현대의 구조조정을 조기에 실현시키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은 현대가 이 상태로 계속 버티면 재무개선약정을 다시 체결하겠다는 강경카드를 내놓았다. 구조조정을 안하면 만기를 연장해준 회사채와 어음을 회수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정부가 구조조정 채찍을 강하게 휘두르고 있지만 현대는 여전히 ‘들은 척 만 척’이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과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이 현대 고위층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대는 묵묵부답이다. 금감원은 “이리저리 피하는 정몽헌(鄭夢憲)회장이 너무 오만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현대 경영진이나 오너들이 구조조정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 현 경영진 체제로는 사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임원만 60명이고 현대건설은 임원이 수백명이다”며 지금까지 현대에서 명예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오너주식을 처분하든지 알짜배기 회사를 내놓아야 그룹도 살아남고 국민경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측은 “현대전자가 매각설 때문에 주가가 상한가를 친 것은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고, 그것이 시장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의 움직임〓정부의 현대그룹에 대한 강경입장을 재확인한 채권은행단은 “현대의 변신을 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그동안 발언을 자제하던 ‘3부자 퇴진’ 부분까지 언급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 가는 분위기.

2일 오전 외환은행의 김경림행장과 이연수(李沿洙)부행장 등 현대 관련 주요 임원들은 긴급회의를 갖고 금주나 늦어도 개각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향후 대응방안을 숙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미 5월말에 약속한 내용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뜻을 채권단에 전달했다”며 “또 시중에 돌고 있는 현대전자 매각설과 사채출연 등도 현대가 정말 획기적인 자구안을 내놓겠다면 자체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측에 전달한 내용을 김재수구조조정본부장 등 가신들이 제대로 전달하는 것조차 확인이 안되고 있다”며 “정말 현대가 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오너가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정몽헌회장의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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