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내 부익부 빈익빈...성과급제 도입기업 고민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25분


최근 각 기업이 종신고용 파괴에 이어 연공서열마저 깨고 성과나 업무 능력에 따라 월급을 지급하면서 ‘조직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부작용을 무시하고 미국식 연봉시스템 도입을 가속화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조직 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은 개인주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직원들간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것. 지난해부터 성과급제도를 강화한 한 종합상사는 회사 내에 부서별 또는 개인간 경쟁의식이 커지면서 부서간 협조가 잘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직원의 성적을 매겨 이를 공개하는 의류회사 이랜드에서는 팀간에 내부경쟁이 지나쳐 구내식당에서 마주쳐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을 정도.

이 회사 장광규상무는 “지나친 내부경쟁이나 개인경쟁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팀단위로 고과를 매기고 그 다음에 개인별 고과를 매기고 있다”며 “부서간의 지나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고과를 매기는 과정 등 각종 회사정책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늘어나는 것도 인사팀의 고민.

최근 대기업들이 회사 내에 인터넷 사업부를 새로 신설하고 이 부서의 직원들을 우대하면서 “과거의 공적은 무시한 채 컴퓨터나 인터넷 전문인력만 우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전문분야를 바꾸기 어려운 부차장급의 불만은 더욱 심하다.

각 기업은 이런 불만을 감안, 젊은 사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종으로 적극적으로 바꿔주고 있지만 부차장급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

계속해서 인사고과가 나쁜 직원들은 근무집중도가 현격하게 떨어지기도 한다. 한 전자회사는 이럴 경우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우선적으로 해외연수를 보내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

삼성물산은 갈수록 살벌해지는 조직문화에 숨통을 트기 위해 ‘즐거운 직장’이라는 모토아래 회사가 경비를 지원해 각종 동호인 모임을 활성화하고 사장단이 중간간부들과 자주 대화를 하면서 불만사항을 직접 듣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원상희실장은 “미국 역시 70년대 연봉제가 정착되면서 큰 홍역을 치렀지만 정서상 연공서열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는 우수인재만 지나치게 우대할 경우 반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나치게 내부경쟁을 조장,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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