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윤태식원장]지문 땀샘으로 신분 확인 기술 개발

  • 입력 2000년 4월 24일 22시 19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에 자리잡은 벤처기업 '패스 21' 은 요즘 전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주에만도 로이터와 AP통신이 이 회사를 방문해 이모저모 취재를 해 갔다.

종업원 68명의 미니 회사에 쏠리는 이같은 관심은 이 회사가 개발한 지문인증 휴대전화인 패스폰 때문.지문의 모양이 아니라 지문의 땀샘 구조를 디지털 값으로 변환해 전송함으로써 신분을 확인하는 새로운 보안 시스템이다.

지문의 모양도 개인마다 다르지만 지문의 땀샘들도 개인마다 다를 뿐 아니라 평생 변함없다는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패스21은 이 '패스폰'을 6월경 상용화,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태식(48)연구원장은 "패스폰은 신분증과 신용카드 전자화폐 열쇠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패스폰 개발자인 윤원장은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회장이었다.그러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연구에만 전념하겠다"면서 연구원장으로 스스로 물러앉았다.

윤원장이 이 기술을 개발한 것은 잇단 불운이 가져다 준 '선물' 이었다. 89년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분실한 윤원장은 카드 분실 신고를 했는데도 1800만원이 인출되자 바로 은행에 가서 따졌다.하지만 은행에선 약관을 보여주며 '비밀번호 누출로 인한 인출은 예금주 책임'이라며 보상을 거절했다. 윤원장은 이때 처음으로 획기적인 보안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2년뒤에는 진짜 큰 불운이 찾아왔다. 당시 영화 사업을 하던 그는 보증 선 게 잘못돼 회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의정부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절망에 빠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그 때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첫째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전까지 돈을 많이 벌면서 못사는 사람은 바보같았는데 세상을 달리 보게 됐죠."

세상을 보는 눈이 성숙해진만큼 마음도 안정돼서였을까.

머릿속 한 켠에 남아 있던 보안 분야 기술 개발 건에 대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관련된 책은 모두 구해다 닥치는대로 읽었다.

2년여간 교도소에서 무르익은 아이디어를 들고 출옥한 윤원장은 그 분야의 전문가한테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무모한 도전"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넘어 "사기를 치려 한다"며 그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러나 다시한번 불운이 행운으로 반전됐다. 그를 조사하던 수사기관에서는 오히려 그의 아이디어가 꽤 현실성이 있다고 보고 관심을 가졌다. 이런 식으로 윤원장은 차츰 자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나갔다.

자신이 연구원장으로 물러나면서 회장으로 영입한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도 자신의 아이디어의 사업성에 대해 열심히 설득하고 돌아다닐 때 알게 된 사이다.

윤원장은 꾸준히 개발에 매달린 끝에 작년 12월 패스폰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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