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銀 「외형경쟁」 사라진다…「전략적 결산」 확산

  • 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4분


작년까지 은행은 연말결산을 앞두고 외형과 순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은행끼리 짜고 상대방 은행의 수신고를 올려주는 ‘계수분식’에 바빴다. 그런데 올해는 우량은행 중심으로 순이익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왜 그럴까.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까지 미리 메우기 위해 충당금을 100% 이상 적립할 계획”이라며 “은행이 망하는 아픈 경험을 통해 외형 경쟁이 부질없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부실을 줄이기 위해 순이익을 희생하는 ‘전략적 결산’에는 하나 한미 주택 국민 신한 등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부각된 우량은행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3천5백억원대의 업무이익으로 연말 세후순이익이 1천4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3백억원을 충당금으로 추가적립, 순이익을 1천1백억원 이하로 끌어 내릴 계획이다. 110%대에 이르는 충당금 적립비율을 더 높여 4·4분기(10∼12월)에 발생할 부실여신도 일부 떨궈내겠다는 포석.

한미은행은 올해 업무이익 2천7백억원대, 순이익 7백억∼8백억원대로 추정하지만 내년부터는 지급보증분도 충당금을 쌓아야하는 부담이 새로 생겨 순이익을 5백억원대로 낮추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을 고려, 새 경영진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래의 부실을 떨어내는데 주력할 방침. 이에 따라 업무이익이 1조1천억원이나 되지만 순이익을 5백억∼6백억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상반기에 1천3백35억원의 흑자를 냈던 주택은행은 부실채권을 완전히 정리하면서 흑자규모는 1백억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경영성과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는 스톡옵션제(주식매입 선택권)를 내년부터 도입한다는 점도 올해 부실을 털어내려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