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外風에 「경제개혁」표류…정치논리에 경제논리「무력」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44분


정부의 일관성 결여와 정치권의 섣부른 개입으로 경제개혁이 원칙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이 민감한 경제현안에 번번이 끼여들어 경제논리가 정치논리 앞에 무력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대자동차 사태에서 강성노조를 달래느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비상상황에서 어렵게 법제화한 정리해고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한남투자증권 처리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한남투신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고객에 대해서는 실사결과에 따른 실적을 바탕으로 고객예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위는 25일 한남투신 인수사에 대해 투신보호기금을 통해 5천억원과 함께 증권금융채권 발행으로 2조원을 조성, 저리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회의가 “수많은 고객 보호를 위해 원리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결국 금감위는 어정쩡한 타협안으로 인수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투신사에 대한 예금은 투자차원에서 자신의 책임아래 계약을 하기때문에 예금자보호법에서도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보증보험 회사들은 부실확대로 보증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나 정부 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기업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원래 정부는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퇴출시키고 가교 보증보험회사를 설립, 기존 계약을 이관한 뒤 신규 보증업무를 손해보험회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양사를 퇴출시켜 1백50조원에 달하는 기존 계약분을 가교보증에 넘기면 국민부담과 경제적 파장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자 양사 합병이라는 미봉책을 검토중이다. 양사 퇴출에 따른 대량 해고와 경제적 파장을 고려한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게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해집단을 대변한 정치권의 발목잡기도 경제개혁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재정경제부는 세수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구조조정과정중의 국민 위화감을 불식하기 위해 이자소득세율 인상과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직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방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국회는 뚜렷한 이유없이 벌써 7개월째 상임위원회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뭉개고 있다.

구멍가게 주인도 부가세를 내는 마당에 정부의 개혁 의지가 무색한 형편이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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