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金賢哲(김현철)씨 주변인물들이 정체가 확실치 않은 「뭉칫돈」을 관리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자금 의혹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이 관리해온 비자금이 모두 지난 93년2월 김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조성된 것이어서 대선자금 잔여금이나 당선축하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당선축하금은 대선자금과는 달리 뇌물의 성격을 띨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당선축하금은 김대통령이 92년12월18일 대통령에 당선된 뒤 93년2월25일 취임 때까지 김대통령이나 주변사람들이 받은 돈을 의미한다. 全斗煥(전두환)전대통령이 88년초 盧泰愚(노태우)당시 대통령당선자에게 당선축하금과 정권인수자금 명목으로 5백50억원을 준 일이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노태우씨도 김대통령에게 거액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설(說)도 나오고 있다.
아직 김대통령이나 주변사람들이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드러난 것이 없다. 다만 몇가지 정황이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정도다.
업계 쪽에서도 『당선축하금은 「관례」』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안팎에선 『김대통령이 취임 직후 「재임중 한 푼도 안받겠다」고 밝힌 것은 뒤집어보면 취임전까지는 돈을 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가 됐든 김대통령의 성격상 자신이 직접 돈을 만지거나 관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실제 관리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한가지 당선축하금은 대선자금보다도 더욱 보안이 요구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극소수 핵심측근만이 규모와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안팎의 정설이다.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현철씨의 87억원대 차명계좌 △현철씨의 핵심측근인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이 한솔그룹에 맡겨 관리했다는 70억원 △현철씨 친구인 朴泰重(박태중)씨가 관리했다는 1백32억원 등에 대해 「당선축하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