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프랑스서 귀국해 국내서 1000호짜리 대작 몰두
‘백두’‘한라’ 등 한국의 명산 표현
“복잡한 것들은 최대한 줄여… 산의 정수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권 화백은 “체력이 버텨줄 때 큰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라면 대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세계적 작가들이 대규모 작품을 하는데, 한국에서도 스케일 큰 작품이 많이 나와야죠.”
“이번 전시장에 내놓은 ‘한라’는 4∼5년 작업한 작품입니다. 기존 작업실에서는 가로로 길게 펼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는데, 한라산의 평평하고 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진 산이 한국에 많습니다. 화가에겐 조형적으로 행복한 일이죠.”

“아침에 산을 가면 복잡한 기운이 돌아요. 그 후 점심, 저녁으로 가면 점점 해가 저물며 산의 색도 잦아들고 형상만 남죠. 저는 그것을 산의 ‘뼈’만 남는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가서도 이 이야기를 늘 했는데, 해가 완전히 지고 컴컴해지면 산의 바위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웅크린 사람 같은 모양이 되거든요.”
산은 동양화의 전통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권 화백은 원(元)대 황공망(1269∼1354)의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를 언급했다. “손으로 그린 것 같은 흔적이 없으면서 빈틈없는 자연스러움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만한 산의 정수(精髓)를 표현한 서양화가가 폴 세잔”이라고 덧붙였다.
‘정수’나 ‘본질’이란 말을 그는 자주 꺼냈다. 그림은 사람 손에서 시작하지만 작위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의 본질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지금도 너무 늦었다”며 “이제 복잡한 것들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했다.
“파리에도 조그마하지만 그 나름의 사회가 있어 어른 노릇을 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은 줄이고 한곳에 오래 머물며 작업에 전념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희망보다는 조급함이 앞선다”는 말에서 비로소 그가 자신과의 승부에 전념할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는 2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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