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목관-금관 쉴새없이 넘나드는 서울시향의 실내악 음반 ‘콜라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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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4중주 등 여덟가지 편성, 바흐부터 오늘날 음악까지 담아
20세기 이후 곡이 절반 넘지만… 리듬의 생생함 부각돼 부담없어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실내악 음반 ‘콜라주’(사진)가 나왔다. 현악4중주부터 플루트와 하프 듀오, 클라리넷 솔로, 관악 앙상블 등 여덟 가지 편성으로 바흐부터 오늘날 음악까지 담아냈다. 국내 오케스트라가 실내악 음반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음반은 서울시향 후원회 ‘SPO Patrons’(회장 박진원) 후원으로 제작됐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차이콥스키 현악4중주 1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를 웨인 린 부악장 등 현악 주자 네 명이 연주하면서 음반을 시작한다. 플루트 박지은과 하프 박라나는 ‘천상의 어울림’으로 알려진 두 악기의 조합으로 프랑스의 에스프리(드뷔시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켈트 음악의 고적함(‘대니 보이’)을 풀어낸다. 2014년 ‘SPO Day’ 실내악 경연에서 우승한 비올라 4중주단 ‘발티카 콰르텟’은 2012년 작인 라우리의 민요풍 ‘로만자’를 선보였다.

역시 민속풍 작품으로 플루트와 마림바가 어울리는 호자우루의 두 곡, 클라리넷 임상욱이 솔로 연주하는 코바치 ‘바흐에 대한 헌정’에 이어 호른4중주가 바흐의 코랄(찬송가풍 합창곡) 프렐류드 세 곡을 연주한다. 중저음역 금관이 연주하는 코랄은 중세부터 영성(靈性)을 깊이 끌어내는 연주 형태로 알려졌다. 해학과 감각이 넘치는 아게의 1956년 목관5중주곡 ‘다섯 개의 쉬운 춤’에 이어 목관3중주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그대 손잡고 변주곡’으로 음반을 마친다.

20세기 이후의 곡이 절반 이상이지만 익숙한 조성(調性)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리듬의 생생함을 부각하는 작품들이어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현과 목관, 금관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새로운 음색으로 귀를 씻어주니 카페나 매장에서 ‘생활공간 음악’으로 틀어두기에도 적당하다.

녹음은 2017, 2019년 서울시향 리허설룸에서 이뤄졌다. 소리의 윤곽이 뚜렷하고 실내악에 맞춤한 잔향을 적절히 살려내 귀에 편하게 다가온다.

서울시향은 2005년 재단법인화 이후 본격적으로 실내악 앙상블 활동을 하면서 관현악 콘서트 외 ‘실내악 시리즈’를 마련해왔다. 베를린 필, 네덜란드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은 앙상블 수준과 단원들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실내악 활동을 장려한다.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등 악단 내 앙상블이 악단 ‘제2, 제3의 얼굴’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린 부악장은 “실내악은 다른 환경에서 시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며 “어려운 시기에 희망과 위안이 되는 앨범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시립교향악단#콜라주#실내악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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