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유윤종 동아일보 문화부 유윤종 기자 공유하기 gustav@donga.com

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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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잡초, 뽑을수록 더 강해졌다“잡초는 인간이 만들었다.” 잡초라고 불렀기에 내게 와서 잡초가 되었다는 의미론적 표현이 아니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뒤 노동량의 대부분은 작물에게 필요한 양분과 햇빛을 빼앗는 ‘골칫덩어리 풀’을 제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그 결과 이 골칫덩어리들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인간 사회의 모습도 바꿔 나갔다. 누구나 피하는 잡초 제거하기엔 피정복민이 투입되기 일쑤였고, 계층이 분화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잡초를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간을 잠식하고 자원을 차지한다. 끼어들기 좋아하고 경쟁심 많고 밉살스럽다.” 잡초의 위상도 시대와 인간의 선택에 따라 변한다. 서양 민들레는 18세기에 프랑스인이 샐러드로 먹던 사랑스러운 풀이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스는 민들레에 부치는 시 네 편을 썼다. 그러나 미국에서 푸른 잔디밭이 사랑을 받기 시작한 뒤 그 질서정연한 모습을 깨는 민들레는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도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뒤흔들었고, 저자는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도, 대부분의 잡초도 인간이 자연을 잘못 관리한 데서 비롯됐다. 잡초는 인간이 식물의 환경을 교란하고 경쟁 식물을 없애고 자원에 변화를 주고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 새 바이러스도 그렇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25 03:00
기타 선율과 어우러진 슈베르트 가곡의 감동오늘날 대중음악의 총아가 됐지만 기타는 고전 낭만주의 시대를 더불어 이베리아반도를 제외하고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서 비켜난 악기였다. 중산층의 성장과 함께 커져간 공연장을 소리로 채우기에는 음량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기타를 사랑했던 작곡가가 슈베르트다. 그의 가곡 반주부에 나오는 많은 분산화음(아르페지오) 등 기타에 어울리는 주법들은 슈베르트가 이 악기를 염두에 두고 반주부를 썼음을 짐작하게 한다.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스타급 소프라노와 기타리스트의 어울림으로 듣는 무대가 마련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25일 공연하는 ‘여인들의 노래’. 기타리스트 박규희와 소프라노 임선혜가 출연한다. 슈베르트의 가곡 중에서도 특히 괴테의 시에 붙인 가곡들을 주목하는 리사이틀이다. 공연 제목처럼 노래의 주인공들은 여인들이다. 괴테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속 여주인공 미뇽의 노래에 곡을 붙인 ‘그 나라를 아시나요’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등 네 곡과 슈베르트의 초기 성공작인 ‘물레 잣는 그레첸’ 등 10곡을 프로그램에 올렸다. 이 공연은 2022 세종 체임버 시리즈 ‘디어 슈베르트’의 다섯 번째 무대다. 시리즈 4일째인 24일에는 노부스 콰르텟이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5번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베이시스트 이영수와 함께 피아노 5중주 ‘송어’를 협연한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베이스 연광철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슈베르트 가곡집의 대표작인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 4만∼6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24 03:00
“26세 나이에 교수 돼 8월 정년 퇴임, 제자-학교-청중에 대한 감사 담았죠”“26세 젊은 나이로 교수가 된 뒤 학생들과 함께 성장했네요. 제자들과 학교, 제 음악을 들은 청중에 대한 감사를 이 무대에 담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홍종화(65·숙명여대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단 ‘앙상블 우리’가 ‘바이올리니스트 홍종화와 함께하는 감사음악회’라는 제목으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앙상블 우리는 홍 교수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2014년 창단됐다. 홍 교수는 8월 정년퇴임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볼프 ‘이탈리아 세레나데’와 첼리스트 채희철이 솔로를 맡는 ‘비발디 첼로협주곡 B플랫장조’, 피아니스트 이혜전과 함께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과 피아노, 현악합주를 위한 협주곡’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편곡판을 소개한다. 지휘를 맡은 김경희와 협연자들 모두 숙명여대 동료 교수들이다. 홍 교수는 “앙상블 우리 멤버 대부분이 세계 유수의 음악학교에서 수학한 중견 및 신인 연주자들”이라고 소개했다. “크로이처 소나타는 원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이지만, 우연히 한 연주회에서 협주곡처럼 편곡한 걸 듣게 되었어요. 예전부터 이 곡은 협주곡적(的)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반가웠죠. 편곡자에게 직접 연락해 악보를 구했습니다.” 앙상블 우리는 창단 이래 듀오에서 6중주, 8중주, 단원 17명 전체가 참가하는 합주 등 다양한 편성과 형식의 작품을 연주해 왔다. 특히 기억나는 콘서트를 묻는 질문에 홍 교수는 “매번 준비 과정이 즐거웠고 음악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며 “2018년 국악 작곡가 김대성의 ‘길군악’을 연주했는데 국악 리듬을 익히기가 쉽지 않았지만 청중의 반응이 유독 뜨거워서 보람 있었다”고 회상했다. 홍 교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합주부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서울시향 단원들로 구성된 합주부 선생님들이 “소질이 남다르다. 정식으로 배워 봐라”고 권한 게 평생의 업이 됐다. 미국 줄리아드음악원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 명교수 이반 갈라미안을 사사했고 2004년 이혜전 교수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완주하는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왔다. 이 교수와 비올리스트 김성은, 첼리스트 임경원이 함께하는 ‘콰르텟 S’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정년 후에도 앙상블 우리와 콰르텟 S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앙상블 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21 03:00
영재 많은 K클래식… ‘조기발굴→다양한 경연’ 시스템의 힘[인사이드&인사이트]《“제16회 밴 클라이번 콩쿠르 금메달은 임윤찬에게 돌아갔습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베이스 공연장. 심사위원장 겸 결선 반주 지휘자 마린 올솝의 선언에 청중 전원은 순간 일제히 일어나 힘찬 환호를 보냈다. 5월 29일 핀란드 헬싱키 시벨리우스 콩쿠르, 이달 5일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승자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1위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에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은 첼리스트 최하영에게 돌아갔다. 세계 음악계에서 한국인의 콩쿠르 정복 소식은 이제 놀랍지 않다. 지난해 5월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1위에 올랐고,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는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이동하가 해당 부문 정상에 올랐다.》 6월에는 바리톤 김기훈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리아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9월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부소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는 박재홍과 김도현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12월에는 피아니스트 이혁과 서형민이 각각 프랑스 아니마토 국제콩쿠르와 독일 본 베토벤 국제콩쿠르의 정상에 올랐다.○ “연이은 한국인 우승자, 비결은?” 2005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서 임동민, 동혁 형제가 공동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5년 조성진의 우승은 ‘클래식 한류’의 본격적 물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같은 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임지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는 2011년 여자 성악 부문 서선영, 남자 성악 부문 박종민이 나란히 우승했다. 이런 한국 음악도들의 맹활약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세계 영화 팬과 음악 팬의 뇌리에 각인됐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음악 저널리스트 티에리 로로가 감독을 맡은 2012년 다큐멘터리 ‘세계가 놀란 한국 음악 영재들’과 2021년 제작된 ‘K클래식 세대’는 음악 영재를 조기 발굴해 혹독한 조련으로 키워내는 한국의 시스템에 주목했다. 두 다큐멘터리는 연주자들과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한국의 음악 영재들이 얼마나 성취에 열성을 다하는지 그려냈다.○ 영재를 조기 발굴하는 사회적 시스템 로로 감독이 각종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거둔 성과의 비밀로 꼽은 ‘시스템’은 무엇일까. 음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치열한 영재 검증 및 발굴 시스템과 풍부한 무대 경험 기회를 비결로 꼽는다. 2018년 동아음악콩쿠르 경연 현장을 방문한 플로리안 림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사무총장(당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은 “동아음악콩쿠르로 대표되는 한국의 다양하고 발달된 경연 시스템을 거치면서 준비된 예술 영재들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금호문화재단의 영재 육성 프로그램도 한국인 콩쿠르 스타 배출의 중요한 밑거름으로 꼽힌다. 최근 유수의 국제콩쿠르를 정복한 임윤찬, 양인모, 최하영, 박재홍, 김수연 등 기악 연주자들은 예외 없이 금호영재 출신이다. 금호문화재단은 1998년부터 14세 이하의 음악 영재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금호영재 콘서트를, 1999년부터는 15∼25세 음악가를 위한 금호영아티스트 콘서트 시리즈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음악 영재들은 큰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실전 경험을 쌓는다. 어려서 발굴된 음악 영재 중 많은 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이나 예원학교,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본교로 이어지는 정예 코스를 밟는다. 해외 음악가들도 음악원에서 기량을 닦지만 한국의 경우 소수 학교에 영재들이 집중되기에 경쟁의 긴장도는 한층 치열하다. 재능 있는 영재들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담금질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해외 콩쿠르를 노리는 연주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성(省) 차원에서 국제콩쿠르 진출자에 대한 지원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은 2011년부터 문화예술 인재에게 장학금과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하는 ‘온드림 문화예술 인재’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제콩쿠르 지원자에게 연 1회 250만 원 한도의 경비를 지원한다. 올해 밴 클라이번 금메달리스트 임윤찬과 지난해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첼리스트 한재민이 이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한국메세나협회도 올해부터 국제음악콩쿠르 출전 지원 사업을 펼친다. 매년 5명 이내의 연주자에게 1인당 300만 원의 콩쿠르 출전 비용을 지원한다.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및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의 피아노·바이올린 본선 진출자가 대상이다. LG는 ‘K클래식의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2007년부터 협찬해 오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009년), 테너 김범진(2013년), 피아니스트 한지호(2014년), 바리톤 김기훈(2016년), 피아니스트 신창용(2017년),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018년) 등 국내외에서 맹활약 중인 신예들을 세계무대에 소개해 왔다.○ 왜 콩쿠르에 더욱 주목하나 예술가들이 기량을 겨루는 경연은 고대 그리스부터 존재했다. 근대의 대표 음악 경연으로는 연주가가 아닌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랑스의 ‘로마대상’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콩쿠르는 현대의 산물이다.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가 192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93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1958년 각각 창립됐다. 이유는 오늘날 연주가들의 연주 영역과 영향 범위가 이전과 달라진 데 있다. 19세기 중후반까지 연주가들은 국가와 지역에 속한 존재였다. 전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는 연주가들도 자신의 도시에서 명성을 쌓은 뒤 그 명성을 이용했다. 1900년대 음반 산업의 대중화와 1920년대 라디오의 보급으로 이 같은 환경은 변화를 겪었다. 연주가들은 전 세계를 다녔고 유명 연주가들의 연주는 세계인이 청취했다. 객관적 공정성을 보장하는 경연이 필요했다. 오늘날 콩쿠르는 경연을 통한 등위 산정만이 목적이 아니다. 세계의 음악 매니지먼트 매니저와 공연장 감독들이 주목할 만한 새 얼굴을 기다리는 음악 산업계 신진 발굴의 장이다.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경우 세계 유명 연주가와 음악 교수뿐 아니라 각국 주요 극장장, 알랭 랑스롱 워너클래식 사장을 비롯한 대형 음반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미래 유망주를 꼼꼼히 가려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21 03:00
임윤찬 “아직 부족함 많아… 내 음악 깊어지길 원해”“이번 콩쿠르를 통해 제 음악이 더욱 깊어지기를 원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진심이 닿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18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7년 제15회 우승자 선우예권에 이어 한국인이 연속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미 대륙을 대표하는 국제음악콩쿠르로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유럽의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비교될 만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임윤찬은 청중상과 신작 최고연주상도 받았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안나 게니우셰네(31),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28)가 받았다. 이번 콩쿠르 결선은 14∼18일 열렸다. 임윤찬은 마린 올솝이 지휘하는 포트워스 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수상 직후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부족함이 많아 걱정이 크다. 가르쳐주신 손민수 교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결선 반주를 지휘한 마린 올솝은 가장 존경받는 지휘자 중 한 분이다. 내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잘 맞춰 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이 콩쿠르 관객들의 뜨거운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금메달 상금 10만 달러(약 1억2900만 원)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약 970만 원)를 받는다. 음반 녹음 및 3년 동안 매니지먼트 관리를 받고 미국 연주 여행 기회도 갖는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1934∼2013)이 우승한 것을 기념해 1962년 창설됐다. 1966년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 1989년 소련의 알렉세이 술타노프, 2001년 러시아 올가 케른 등 유명 연주가를 우승자로 배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선우예권 외 2005년 양희원(조이스 양), 2009년 손열음이 각각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순연돼 올해 열렸다. 임윤찬은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쿠퍼 국제 콩쿠르 3위 및 청중상을 받았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최연소 1위 및 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2017년부터 한예종 교수인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으며 목 프로덕션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임윤찬에게 축전을 보내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예술성을 세계에 입증했다”며 “시대와 세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로 성장하길 응원한다”고 축하했다. 지난달 29일 폐막한 시벨리우스 콩쿠르 양인모(바이올린)와 이달 5일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하영(첼로)에 이어 임윤찬까지 우승하면서 최근 열린 주요 국제콩쿠르 3개의 최고상을 한국인이 휩쓸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20 03:00
반 클라이번 우승 임윤찬 “아직 부족함 많아…뜨거운 응원이 큰 도움”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역대 최연소로 이 대회 최고상인 금메달을 수상했다. 임윤찬은 청중상과 신작 최고연주상도 받았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안나 게니우셰네,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가 받았다. 이로써 2017년 제15회 대회 우승자 선우예권에 이어 한국인이 거듭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또한 5월 29일 폐막한 시벨리우스 콩쿠르 양인모(바이올린)와 이달 5일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하영(첼로)에 이어 최근 열린 주요 국제콩쿠르 3개 최고상을 한국인이 휩쓸었다. 이번 콩쿠르 결선은 이달 14~18일 열렸으며 임윤찬은 마린 올솝 지휘 포트워스 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등 협주곡 두 곡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이번 수상으로 금메달 상금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천8백만원)와 특별상 상금 7천5백 달러(한화 약 920만원)를 받는다. 부상으로 음반 녹음 및 3년 동안 세계를 상대로 한 매니지먼트 관리와 미국 연주여행의 기회도 갖는다. 이번 콩쿠르는 예선과 준결선, 결선을 거치면서 임윤찬에게 유독 많은 갈채와 응원이 쏟아져 좋은 결과를 예감하게 했다. 유튜브 등으로 중계된 시상식 직전 해설에서 해설자인 버디 브래이는 ‘임윤찬이라는 한국 현상(Korean Phenomenon)’이라고 언급해 상위 수상의 기대를 더욱 높였다. 수상 직후 본보와의 단독 화상인터뷰와 전화통화에서 임윤찬은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볼 때 아직 부족함이 많다. 가르쳐주신 손민수 교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매 경연마다 작곡가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잘 전달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며 “결선 반주를 지휘한 마린 올솝은 가장 존경받는 지휘자 중 한 분이고, 내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맞춰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열정 있는 이 콩쿠르 관객의 뜨거운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회 이 대회 우승자 선우예권이 마련한 명동대성당 연주회에 참여한 바 있어 잘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의 카덴차를 잘 연주되지 않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연주한 데 대해 그는 “작곡자인 라흐마니노프 자신과 대연주자인 호로비츠 등이 이 버전을 택했기 때문에 ‘근본으로 가보자’는 의미에서 선택했다. 음악적으로는 준비할 게 많았다”고 말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이 우승한 것을 기념해 1962년 창설되었다. 1966년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 1989년 소련의 알렉세이 술타노프, 2001년 러시아 올가 케른 등 유명 연주가를 우승자로 배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선우예권 외 2005년 양희원(조이스 양), 2009년 손열음이 2위 입상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예정보다 1년 순연됐다. 이번 콩쿠르는 결선 진출자 6명의 국적이 우크라이나인 1명, 미국인 1명, 러시아인 2명, 벨라루스인 1명, 한국인 1명이라는 ‘정치적으로 오묘한’ 조합으로 화제가 됐다. 시상식 직전에는 무대에 2013년 이 대회 우승자인 우크라이나의 바딤 콜로덴코가 올라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라디오 진행자 프레드 차일드는 “몇몇 콩쿠르가 특정 국가 참가자를 배제하고 있지만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냉전의 정점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클라이번의 정신을 기려 모든 젊은 음악인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임윤찬은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하였고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쿠퍼 국제 콩쿠르 3위 및 청중상을 수상했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최연소 1위 및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을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2020년 2월 예원학교 졸업한 뒤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2017년부터 한예종 교수인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으며 목 프로덕션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8월 10일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과 바흐 피아노협주곡 5번을, 8월 20일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10월 5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장소는 모두 서울 롯데콘서트홀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일 임윤찬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했다. 박 장관은 “이번 우승으로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예술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며 “시대와 세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로 성장하시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19 14:10
“리코딩 아닌 콘서트는 시각적 경험도 남아 연주자는 패션 등 종합적 체험 제공해야죠”피아노 앞의 ‘미니스커트 여제’ 유자 왕(35)이 온다. 2019년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10분 남짓한 존 애덤스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떠났던 그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18번, 스크랴빈 소나타 3번과 쇤베르크, 리게티, 알베니스, 카푸스틴을 어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로 한국 팬 앞에 선다. 13일 입국한 그를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부터 리게티와 카푸스틴의 곡까지, 방대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3월 시작한 아메리카와 유럽 투어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기간 동안 내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엮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베토벤과 슈베르트, 쇤베르크 등의 작품을 묶어보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곡 등 다른 지역과 시대들을 넣으면서 ‘색상대비’ 에 신경 쓰게 되었고 스크랴빈처럼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더해졌습니다. 슈베르트는 빠졌고요.” ―베토벤의 소나타로 유명한 ‘템페스트’도, ‘발트슈타인’도 아닌 18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형적이거나 영웅적인 베토벤 곡은 아니죠. 하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고 ‘에지(edge) 있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유자 왕과 스크랴빈은 좋은 조합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감각적인 터치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스크라빈의 소나타 3번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스크랴빈은 살짝 미친(crazy) 사람이었고, 그의 그런 면을 좋아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광란을 일으키기 전에 그 전조를 발견한 작곡가죠. 하지만 이번에 연주할 그의 소나타 3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개성이 완전히 나타나기 전 초기의 작품이고, 벨리니 곡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랑과 부드러움에 관한 곡입니다.” ―천부적인 리듬의 명확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가 정확할 리듬을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면은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유학해서 개리 그래프먼 선생님을 만났어요. 저는 ‘어떤 나라 악파’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프먼 선생님은 러시아 음악에 정통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제자셨습니다. 리듬과 음색에 대해 많은 것을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어린 만큼 많은 것을 흡수했죠. 제 연주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3년 전의 녹음을 들어보면 지금과 또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지방 투어를 하지만, 연주는 생물 같아서 연주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유명합니다. 연주복은 자신을 나타내는 패션일 뿐인가요, 아니면 그날의 레퍼토리와도 연관이 있나요. “연주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콘서트는 레코딩이 아니니까 시각적 경험까지 남게 되니 연주자는 비주얼을 포함한 종합적 경험을 청중에게 제공해야 하죠. 색상이 뚜렷한 옷을 좋아하고, 소매 없이 편한 옷을 선호할 뿐입니다.” ―2013년 샤를 뒤투아 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에서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했고 3년 전에도 애덤스의 신작 협주곡으로 한국 청중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있다면. “한국인들과는 커티스 음대부터 친구가 많아 매우 친근감을 느낍니다. 두 번의 내한 공연에서 매우 열정적인 청중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뉴욕에서는 연습이 잘 안돼요. (웃음) 이번에는 당구를 치다 왔고, 강에서 일몰을 보거나 공원을 걷고, 카약을 타는 걸 좋아합니다. 뉴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음식들을 즐기고, 아, 한국 음식 좋아해요! ‘오징어 게임’같은 한국 드라마도 보고, 최근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봤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름(王羽佳)은 한국어로 ‘큰 유자(柚子)’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웃음) 한국 친구들이 알려줘서 잘 알아요! 유자 버블티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서 유자 향기가 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유자 왕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래프먼을 사사했다. 20세 때인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피아노계 스타로 뛰어올랐다. 2009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멘델스존에서 쇼팽, 스크랴빈, 현대 작곡가 애덤스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내놓고 있다. 2019~2020년 시즌에는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공연장 바비컨 센터의 상주 아트센터로 활동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15 03:00
‘미니스커트 여제’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온다피아노 앞의 ‘미니스커트 여제’ 유자 왕(35)이 온다. 2019년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10분 남짓한 존 애덤스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떠났던 그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18번, 스크랴빈 소나타 3번과 쇤베르크, 리게티, 알베니스, 카푸스틴을 어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로 한국 팬 앞에 선다. 13일 입국한 그를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부터 리게티와 카푸스틴의 곡까지, 방대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됩니다. 3월 시작한 아메리카와 유럽 투어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기간 동안 내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엮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베토벤과 슈베르트, 쇤베르크 등의 작품을 묶어보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곡 등 다른 지역과 시대들을 넣으면서 ‘색상대비’ 에 신경 쓰게 되었고 스크랴빈처럼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더해졌습니다. 슈베르트는 빠졌고요.” ―베토벤의 소나타로 유명한 ‘템페스트’도, ‘발트슈타인’도 아닌 18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형적이거나 영웅적인 베토벤 곡은 아니죠. 하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고 ‘에지(edge) 있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유자 왕과 스크랴빈은 좋은 조합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감각적인 터치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스크라빈의 소나타 3번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스크랴빈은 살짝 미친(crazy) 사람이었고, 그의 그런 면을 좋아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광란을 일으키기 전에 그 전조를 발견한 작곡가죠. 하지만 이번에 연주할 그의 소나타 3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개성이 완전히 나타나기 전 초기의 작품이고, 벨리니 곡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랑과 부드러움에 관한 곡입니다.” ―천부적인 리듬의 명확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가 정확할 리듬을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면은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유학해서 개리 그래프먼 선생님을 만났어요. 저는 ‘어떤 나라 악파’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프먼 선생님은 러시아 음악에 정통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제자셨습니다. 리듬과 음색에 대해 많은 것을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어린 만큼 많은 것을 흡수했죠. 제 연주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3년 전의 녹음을 들어보면 지금과 또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지방 투어를 하지만, 연주는 생물 같아서 연주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유명합니다. 연주복은 자신을 나타내는 패션일 뿐인가요, 아니면 그날의 레퍼토리와도 연관이 있나요. “연주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콘서트는 레코딩이 아니니까 시각적 경험까지 남게 되니 연주자는 비주얼을 포함한 종합적 경험을 청중에게 제공해야 하죠. 색상이 뚜렷한 옷을 좋아하고, 소매 없이 편한 옷을 선호할 뿐입니다.” ―2013년 샤를 뒤투아 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에서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했고 3년 전에도 애덤스의 신작 협주곡으로 한국 청중을 만났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있다면. “한국인들과는 커티스 음대부터 친구가 많아 매우 친근감을 느낍니다. 두 번의 내한 공연에서 매우 열정적인 청중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뉴욕에서는 연습이 잘 안돼요. (웃음) 이번에는 당구를 치다 왔고, 강에서 일몰을 보거나 공원을 걷고, 카약을 타는 걸 좋아합니다. 뉴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음식들을 즐기고, 아, 한국 음식 좋아해요! ‘오징어 게임’같은 한국 드라마도 보고, 최근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봤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름(王羽佳)은 한국어로 ‘큰 유자(柚子)’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웃음) 한국 친구들이 알려줘서 잘 알아요! 유자 버블티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서 유자 향기가 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유자 왕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개리 그래프먼을 사사했다. 20세 때인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피아노계 스타로 뛰어올랐다. 2009년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멘델스존에서 쇼팽, 스크랴빈, 현대 작곡가 애덤스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내놓고 있다. 2019~2020년 시즌에는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공연장 바비컨 센터의 상주 아트센터로 활동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14 15:34
26세 지휘자 매켈래, ‘세계 최고 악단’ RCO 이끈다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33년 역사를 이어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26세의 젊은 새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RCO는 10일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매켈래를 2027년 가을에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수석 지휘자로 위촉한다고 발표했다. RCO는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이 음악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베를린 필, 빈 필 등을 누르고 1위에 선정된 명문 악단이다. RCO 측은 매켈래가 이미 두 곳의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2027년 가을까지는 ‘예술적 파트너’ 직함으로 RCO를 지휘하며, 그때까지는 한 해 5주 이상의 비교적 적은 일정만 소화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대해 매켈래는 “콘세르트헤바우는 정말 특별한 오케스트라이며 그와 같은 악단은 다시없다. 나는 소리에 특별히 신경 쓰는 지휘자이고 이 오케스트라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소리를 지녔다”고 밝혔다. 매켈래는 1996년 헬싱키에서 첼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지휘를 전공했으며 2018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2020년 임기 시작), 2019년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22년 임기 시작)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6월 오슬로 필하모닉과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다. 그가 오슬로 필하모닉을 지휘해 올해 3월에 발매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 앨범은 그래머폰 ‘편집자의 선택’과 BBC 뮤직매거진 ‘이달의 리코딩’으로 선정됐고 올해 그래머폰상 관현악 부문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RCO는 빌럼 멩엘베르흐, 오이겐 요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리카르도 샤이, 마리스 얀손스 등 유럽을 대표하는 명지휘자들이 수석 지휘자로 재직했다. 2018년 전 수석 지휘자인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가티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뒤 수석 지휘자 없이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돼 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13 03:00
하늘, 그 가능성을 향한 진화의 역사[책의 향기]진화생물학의 대명사 격인 리처드 도킨스(81)의 책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 외에도 좋은 소식은 많다. 첫째, 원서부터 지난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둘째,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나 렌초바의 흥미진진한 삽화가 넘친다. 셋째, 누구나 흥미를 가져봤을 ‘비행’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화제를 집중한다. 넷째, ‘벽돌책’이 아니다. 도킨스의 이름을 지식계에 각인시킨 ‘이기적 유전자’의 절반 남짓한 분량이다. 저자의 논지는 예상을 비켜가지 않는다. 비행하는 동물은 왜 그걸 할까. 목적은 적자생존이며 목표는 유전자의 생존이다. 더 잘 날아 먹이를 잘 잡는 새나 박쥐가 후손을 잇고, 더 잘 날아 포식자를 잘 피하는 곤충이 자손을 남긴다. 먼저 날기 시작한 것은 곤충이었다. 척추동물보다 2억 년이나 앞선 3억 년 전부터 날기 시작했다. 가볍기 때문이다.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을수록 나는 데 유리하다. 몸 크기(길이)가 2배가 되면 표면적은 4배, 무게는 8배다. 크기가 10배가 되면 표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어쩌다 날게 됐을까. 포식자를 피하며 몸 일부를 펼치다 붕 떠서 적을 뿌리칠 수 있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날개가 생겼을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초기 단계는 날다람쥐 같은 ‘활강’이었지만 이윽고 자신의 힘으로 날아오르는 ‘동력 비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동물의 비행사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일이 이 책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에서 저자는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을 비교한다. 그리스 신화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행을 향한 인간의 꿈을 표현했지만 실제로 비행이 실현된 것은 인류사의 극히 일부였다.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은 실제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맹금류가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광경은 급강하 폭격기를 보는 듯하다. 벌새는 날개를 위로 칠 때 완전히 뒤집어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마치 헬리콥터나 드론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만든 기계의 비행에는 차이가 있다. 비행기나 헬기, 드론은 날개를 칠 수 없다. 엔진으로 추력을 얻고 날개로 양력을 얻는 비행기의 원리는 새나 박쥐, 곤충이 날개를 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새가 날개를 치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 역학은 비행기의 동작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다. 진화생물학자가 굳이 동물과 기계의 비행을 비교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창조론자들의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 창조론자들은 “완전한 날개만 쓸모가 있을 뿐, 진화 중간 단계의 반쪽짜리 날개는 쓸모가 없다”며 비행하는 동물도 비행기처럼 ‘지적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초기 단계의 날개도 포식자를 피하게 만드는 등 분명한 쓸모가 있었으며 유전자의 선택 압력을 받으며 계속 진화해 왔다”고 반박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비행을 넘어 지구 밖을 향하는 인간의 꿈을 격려한다. 원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만 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할 때라고 도킨스는 말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과학 대중화에 일생을 바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이제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과학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보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11 03:00
어쩌다 동물은 날게 되었나…진화생물학자가 본 ‘비행’리처드 도킨스의 신작 ‘마법의 비행’. 진화생물학의 대명사 격인 리처드 도킨스(81)의 책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 외에도 좋은 소식은 많다. 첫째, 원서부터 지난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둘째, 슬로바키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나 렌초바의 흥미진진한 삽화가 넘친다. 셋째, 누구나 흥미를 가져봤을 ‘비행’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화제를 집중한다. 넷째, ‘벽돌책’이 아니다. 도킨스의 이름을 지식계에 각인시킨 ‘이기적 유전자’의 절반 남짓한 분량이다. 저자의 논지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비행하는 동물은 왜 그걸 할까. 목적은 적자생존이며 목표는 유전자의 생존이다. 더 잘 날아 먹이를 잘 잡는 새나 박쥐가 후손을 잇고, 더 잘 날아 포식자를 잘 피하는 곤충이 자손을 남긴다. 먼저 날기 시작한 것은 곤충이었다. 척추동물보다 2억 년이나 앞선 3억 년 전부터 날기 시작했다. 가볍기 때문이다.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을수록 나는 데 유리하다. 몸 크기(길이)가 두 배가 되면 표면적은 네 배, 무게는 8배다. 크기가 열 배가 되면 표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어쩌다 날게 되었을까. 포식자를 피하며 몸 일부를 펼치다 붕 떠서 적을 뿌리칠 수 있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날개가 생겼을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초기 단계는 날다람쥐 같은 ‘활강’이었지만 이윽고 자신의 힘으로 날아오르는 ‘동력 비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동물의 비행사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일은 이 책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에서 저자는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을 비교한다. 그리스 신화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비행을 향한 인간의 꿈을 표현했지만 실제로 비행이 실현된 것은 인류사의 극히 일부였다. 동물의 비행과 인간의 비행은 실제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맹금류가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광경은 급강하 폭격기를 보는 듯하다. 벌새는 날개를 위로 칠 때 완전히 뒤집어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다. 마치 헬리콥터나 드론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만든 기계의 비행에는 차이가 있다. 비행기나 헬기, 드론은 날개를 칠 수 없다. 엔진으로 추력을 얻고 날개로 양력을 얻는 비행기의 원리는 새나 박쥐, 곤충이 날개를 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새가 날개를 치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 역학은 비행기의 동작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다. 진화생물학자가 굳이 동물과 기계의 비행을 비교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설적으로 창조론자들의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 창조론자들은 “완전한 날개만 쓸모가 있을 뿐, 진화 중간 단계의 반쪽짜리 날개는 쓸모가 없다”며 비행하는 동물도 비행기처럼 ‘지적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초기 단계의 날개도 포식자를 피하게 만드는 등 분명한 쓸모가 있었으며 유전자의 선택 압력을 받으며 계속 진화해 왔다”고 반박한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비행을 넘어 지구 밖을 향하는 인간의 꿈을 격려한다. 원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만 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할 때라고 도킨스는 말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과학 대중화에 일생을 바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이제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과학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보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10 10:55
옛 종교음악-경인철도 창가-엔카 아리랑… 개화기 인천에 울려퍼진 서양음악 속으로‘인천 콘서트 챔버.’ 연미복을 빼입고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실내악을 연주하면 어울릴 듯한 이름이다. 2015년 설립된 이 실내악단이 18일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인천근대양악열전’ 공연을 연다. 공연 제목 못잖게 내용도 흔히 들어온 실내악 콘서트와 사뭇 다르다. ‘개신교, 성공회, 천주교의 옛 종교음악’, ‘경인철도를 노래하는 철도창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옛 애국가’, ‘인천 출신 음악가들의 옛 유행가와 가곡’, ‘일본 엔카의 대부가 편곡한 아리랑’…. 현악과 성악 연주에 만돌린, 풍금, 아코디언 등 일반 클래식 공연에선 보기 힘든 악기들이 가세한다. “인천은 한국의 서양음악사에서 중요하지만 잘 언급되지 않는 지역이죠. 근대 인천의 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며 당시 사회를 음악을 통해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승묵 대표는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2015년 인천콘서트챔버를 창단했다. 인천을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학교 때 줄곧 들었던 터라 개화기·개항기 때 들어온 음악을 무대에 올리려고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자료가 많지 않았다. “당시 벌어진 일과 역사를 통해 ‘이런 음악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다 보면 실제 상상과 맞는 음악이 나오기도 했죠.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라고 여기지 않고 또 다른 상상을 펼쳐 나가면 예상외의 수확이 얻어지기도 했습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 기사들이나 조계지(개항장에 외국인이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지역)에서 외국인이 회의한 회의록 등이 참고가 됐습니다.” 창단된 지 7년에 불과하지만 인천콘서트챔버는 ‘인천, 러시아를 품다’, ‘원더풀 동인천’, 기생 출신 근대 민요가수를 조명하는 ‘이화자전(傳)’,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한국근대동요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콘서트로 인천과 외국 음악문화의 유입을 조명해왔다. 이번 콘서트 제목과 같은 ‘인천근대양악열전’과 ‘이화자 다시 부르기’ 등 두 종의 앨범도 발매했다. 이 대표는 자료에 대해 자문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음악학)를 찾아다니다 한예종에서 음악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옛 시대상과 문화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음악을 통해서도 우리가 거쳐 온 길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길이 잊히지 않도록 힘닿는 한 연구와 연주를 계속하겠습니다.” 전석 무료.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08 03:00
[유(윤종)튜브]북유럽 3국 대표 오페라극장 ‘직관’해보니늦은 5월의 두 주간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국에서 보냈다. 노르웨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빙하가 깎아낸 대자연의 장관 피오르(빙하협곡)에 취했고,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소식을 직접 현장에서 전할 수 있었다. 이들 못지않게 깊은 여운을 남긴 것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을 대표하는 이들 나라의 국립 또는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한 일이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왕립 덴마크 오페라는 1784년 설립되었다. 2004년 최신 시설의 새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이전했다. 코펜하겐 중심부의 바다를 면하고 있는 이 극장은 베이지색 석회암 외벽과 거대한 지붕을 가진 신미래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극장 자체가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5월 20일 이 극장에서 영국 연출가 존 풀제임스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돈 후안)를 관람했다. 전설적인 난봉꾼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호텔을 무대로 재해석한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주인공 돈조반니의 하인 레포렐로 역에는 한국인 베이스바리톤 고경일이 출연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허리 통증을 안고 연기했다고 공연 뒤에 기자에게 말했지만 윤기 있는 음성과 넉넉한 음량, 재치 넘치는 연기로 주인공 돈 조반니 역 옌스 쇠네르고르에 못지않은 갈채를 받았다. 5월 26일에는 노르웨이의 국립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에서 비제 오페라 ‘카르멘’을 감상했다. 2008년 건립된 최신의 오페라 무대다. 외부 벽면이 흰색 대리석으로 덮여 있으며 물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환상을 제공한다. 특히 이곳을 찾은 누구나 완만한 건물 지붕으로 걸어 올라가 오슬로와 바다의 확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옥상광장은 그 자체로 오슬로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카르멘의 나라 스페인 출신의 연출가 칼릭스토 비에이토는 1960년대 프랑코 정권하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풀어 나갔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아이다’를 관람했다. 스톡홀름에는 1773년 처음 왕립 오페라극장이 설립되었고 지금의 오페라극장은 1899년에 세워졌다. 웅장한 금빛 로비와 우아한 대리석 계단이 있는 장엄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극장이다. 앞서 본 21세기의 두 극장과는 좋은 대비가 되었다. 캐나다 출신 연출가 마이클 캐버나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인 이 드라마의 시대 구분을 지웠다. 신전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현대식 소총을 든 군인이 나란히 무대에 등장했다. 2막의 개선행진곡에 이어지는 발레는 현대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장면들로 대치됐고 전쟁 영웅인 라다메스는 전쟁의 비인도성에 고뇌하는 주인공으로 그려졌다. 원작에 대한 연출가의 현대적 재해석 외에도 세 공연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었다. 세 작품 모두 지휘자가 여성이었다. 우연일 수 있지만 세계 특히 유럽 무대에서 여성 지휘자들의 약진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였다. 세계적 지명도를 자랑하는 대형 가수의 출연은 없었지만 가수들 사이의 앙상블은 빈틈없이 정밀했다. 5월 말은 유럽 오페라극장마다 시즌이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그동안 쌓인 공연의 호흡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결과였다. 세 나라 수도 모두 오페라로 세계에 이름난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극장들은 그 자체로 관광 명소이자 수도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이 극장들은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 가을에 시작돼 늦은 봄에 끝나는 시즌제 제작 극장으로 운영된다. 극장 자체가 오페라단이며 일 년 내내 수많은 작품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즌제 제작 극장으로 운영되는 오페라극장은 대구 오페라하우스 단 한 곳뿐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2024년 건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시즌제 여부는커녕 운영 주체마저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오페라는 아직 한국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외래문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오페라 가수들은 유럽의 콩쿠르와 극장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위상과 그들의 고국에서 오페라가 갖는 위상을 비교하면 그 차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07 03:00
최장기간-새 악단… 마스크 벗은 평창대관령음악제올해 19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마스크’를 주제로 다음 달 2∼23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 등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해까지 2주 남짓 열리던 데서 한 주가 더 늘어났다. 주관 악단으로 활동해온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외에 현악 오케스트라인 평창페스티벌 스트링즈와 바로크 전문 악단인 평창페스티벌 바로크앙상블도 처음 선을 보인다. 2018년부터 이 음악제를 맡아온 손열음 예술감독(피아니스트)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 덕에 우리는 서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 마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올해 주제의 뜻을 설명했다. 그는 “휴가철 숙박난과 교통체증을 피하고자 음악제를 7월 초로 당기고 기간도 늘렸다”고 밝혔다. 메인 콘서트는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뮤직텐트에서 총 18회 열린다.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에 재직 중인 한국인 단원들로 구성해 이 축제의 얼굴 역할을 해온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7월 15일 ‘모차르트 협주곡의 밤’, 16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등 두 개의 콘서트를 맡는다. 16일 연주회에선 스페인 지휘자 겸 바이올린스트 로베르토 곤살레스몬하스가 지휘봉을 든다. 올해 새로 선을 보인 두 악단에 대해 손열음 감독은 “다양한 음악을 즐겨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평창페스티벌 스트링즈는 9일 연주회에서 1부에 구바이둘리나 등 현대 여성 작곡가 세 사람의 곡을, 2부에 소련 작곡가 셰드린이 편곡한 ‘카르멘 모음곡’을 연주한다. 전 서울시향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가 악장으로 연주를 이끈다. 평창페스티벌 바로크 앙상블은 20일 연주회에서 비발디, 라모, 륄리, 샤르팡티에 등의 바로크 작품을 권민석 지휘로 연주한다. 2일 뮤직텐트에서 열리는 개막연주회는 예년 오케스트라 콘서트와 달리 실내악 연주회로 꾸몄다. 타악기 연주자 매슈 에른스터와 손 감독, 플루티스트 조성현, 첼리스트 김두민이 1부에서 크럼 등의 현대곡을 연주하고 에스메 콰르텟과 프랑스의 모딜리아니 콰르텟이 함께하는 멘델스존 현악8중주로 2부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 밖의 메인 콘서트를 소프라노 임선혜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 부부, 바이올리니스트 가시모토 다이신과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박스, 트리오 반더러가 수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중단됐던 교육 프로그램도 재개한다.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도 마련된다. 실내악 아카데미에서는 1주일 동안 집중적인 교육을 펼친 뒤 실제 무대에 오를 기회도 마련한다. 손 감독은 “독일에서 지낼 때 어떤 악단이든 오케스트라 아카데미가 있고, 거기서 양성된 음악도들이 다음 세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문화가 독일 음악이 잘되는 이유라고 느꼈다.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06 03:00
[단독]‘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최하영 “이름 불릴때 사실인가 생각”“나흘 전 결선곡인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 연주가 끝나는 순간 와 하는 함성과 기립박수를 치는 청중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우승은 짐작하지 못했어요.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실인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5일 새벽(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2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했다. 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국제음악콩쿠르로 꼽힌다. 매년 바이올린 성악 작곡 피아노 부문을 번갈아 개최했고,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뒤 첼로가 추가됐다. 첼로는 2017년 처음 대회가 열렸고 올해가 두 번째다. 1일 결선에서 연주한 현대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에 대해 그는 “현대곡이어서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극적인 효과가 큰 곡이어서 과감히 택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도착 직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스트 양성이 나와 당황했지만 예선 바로 전날 격리가 풀려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위기의 순간을 회상했다. 다음은 최하영과의 1문1답.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결선에서 새로운 창작곡 악보를 받아 8일 동안 익힌 뒤 연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유명합니다. 올해 콩쿠르에 나온 외르그 비드만의 창작곡 ‘다섯 개의 소품’은 소화하기 힘든 곡이었나요. “악보를 받았을 때 낭만적인 곡으로 느껴져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도 현대곡이어서 두 곡의 성격이 부딪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작곡가가 첼리스트가 아니어서 핑거링(손 짚는 법) 등이 익숙하지 않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템포를 늘였다 당겼다 하는 ‘루바토’가 많아 악단과의 호흡이 중요했는데 지휘자 스테판 드네브와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맞춰 주셨습니다.” ―결선곡 창작곡 악보를 받은 뒤 브뤼셀 외곽의 ‘뮤직 채플’에 8일 동안 감금(?) 되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고 모든 것을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았습니다. 새 곡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죠. 한국인 결선 진출자 넷이 심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되었습니다.” ―최하영 씨 연주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콩쿠르의 관객들은 대부분 매일 와서 연주를 듣는 열성팬들이죠. 매회 연주가 끝날 때마다 많은 관객들이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셨습니다.‘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매료되어 음악을 들었다’는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자는 호텔 대신 일반 브뤼셀 시민 가정을 택해 숙박하며 연습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원봉사자(서포터) 가정에 가서 지낼 수 있죠. 저는 브뤼셀 중심에서 20분 떨어진 교외의 아름다운 집에서 지냈습니다. 너무도 따뜻한 가족이었고, 제 우승 소식이 전해진 순간 다같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첼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첼로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아마추어로 첼로를 배우셨는데, 옆에서 들으며 ‘나도 하고 싶어’ 한 게 시작이었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언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나요. “입상 특전으로 벨기에에서 몇 주 동안 협연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6월에는 스웨덴에 가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뇌르쾨핑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드라 쿨스와 팬데레츠키의 이중협주곡을 녹음합니다. 콩쿠르 입상 전 이미 계획되어 있던 녹음이고 낙소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콩쿠르 입상에 따른 한국 투어는 9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협연과 리사이틀 모두를 소화하게 됩니다.” ―자신의 음악적 모델이 있다면. “보자르 트리오의 일원이었던 미국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를 존경합니다. (그는 첼로 케이스에 그린하우스의 사진을 넣어두고 있다) 그분 댁이 있는 보스턴 근교에서 2009년 몇 주 동안 함께 지내며 레슨을 받고 산책도 함께 했는데, ‘좋은 첼리스트가 되기보다 좋은 음악가가 되라’는 말씀에 깊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이번 우승에 따라 최하영이 받는 상금은 2만5000 유로(약 3370만원)이다. 이번 콩쿠르 2위는 중국의 이바이 첸, 3위는 에스토니아의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최하영 문태국 윤설 정우찬 등 한국인 네 명을 비롯해 12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작곡가 외르그 비드만의 신곡 ‘5곡의 소품’과 연주자가 선택한 협주곡 1곡씩을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다. 2015년부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참가자와 심사위원을 지원해온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의 김재환 원장은 “예선부터 관객들이 최하영의 연주에 유독 열렬히 호응했다”고 전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축전을 통해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예술적 창조력,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라고 축하했다. 최하영은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영국 퍼셀 음악학교에서 수학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2019년 금호악기은행 수혜자로 선정되어 파올로 마치니 첼로를 임대 받았다. 2017년부터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부설 에마뉘엘 포이어만 콘서바토리에서 강사로 활동해왔고 2020년부터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하며 에투알클래식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소프라노 홍혜란이 2011년, 소프라노 황수미가 2014년 성악부문 1위를 차지했다. 임지영이 2015년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입상했다. 2012년까지 열린 작곡 부문에서는 2008년 조은화, 2009년 전민재가 각각 1위에 올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6-06 03:00
[단독]첼리스트 최하영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순간 ‘사실인가’ 싶어”“나흘 전 결선곡인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 연주가 끝나는 순간 와 하는 함성과 기립박수를 치는 청중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우승은 짐작하지 못했어요.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실인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5일 새벽(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2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수상했다. 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국제음악콩쿠르로 꼽힌다. 매년 바이올린 성악 작곡 피아노 부문을 번갈아 개최했고,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뒤 첼로가 추가됐다. 첼로는 2017년 처음 대회가 열렸고 올해가 두 번째다. 1일 결선에서 연주한 현대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에 대해 그는 “현대곡이어서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극적인 효과가 큰 곡이어서 과감히 택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도착 직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스트 양성이 나와 당황했지만 예선 바로 전날 격리가 풀려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위기의 순간을 회상했다. 다음은 최하영과의 1문1답.―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결선에서 새로운 창작곡 악보를 받아 8일 동안 익힌 뒤 연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유명합니다. 올해 콩쿠르에 나온 외르그 비드만의 창작곡 ‘다섯 개의 소품’은 소화하기 힘든 곡이었나요. “악보를 받았을 때 낭만적인 곡으로 느껴져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도 현대곡이어서 두 곡의 성격이 부딪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작곡가가 첼리스트가 아니어서 핑거링(손 짚는 법) 등이 익숙하지 않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템포를 늘였다 당겼다 하는 ‘루바토’가 많아 악단과의 호흡이 중요했는데 지휘자 스테판 드네브와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맞춰 주셨습니다.” ―결선곡 창작곡 악보를 받은 뒤 브뤼셀 외곽의 ‘뮤직 채플’에 8일 동안 감금(?) 되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고 모든 것을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았습니다. 새 곡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죠. 한국인 결선 진출자 넷이 심리적으로 크게 의지가 되었습니다.” ―최하영 씨 연주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콩쿠르의 관객들은 대부분 매일 와서 연주를 듣는 열성팬들이죠. 매회 연주가 끝날 때마다 많은 관객들이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셨습니다.‘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매료되어 음악을 들었다’는 얘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자는 호텔 대신 일반 브뤼셀 시민 가정을 택해 숙박하며 연습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원봉사자(서포터) 가정에 가서 지낼 수 있죠. 저는 브뤼셀 중심에서 20분 떨어진 교외의 아름다운 집에서 지냈습니다. 너무도 따뜻한 가족이었고, 제 우승 소식이 전해진 순간 다같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첼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첼로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아마추어로 첼로를 배우셨는데, 옆에서 들으며 ‘나도 하고 싶어’ 한 게 시작이었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언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나요. “입상 특전으로 벨기에에서 몇 주 동안 협연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6월에는 스웨덴에 가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뇌르쾨핑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산드라 쿨스와 팬데레츠키의 이중협주곡을 녹음합니다. 콩쿠르 입상 전 이미 계획되어 있던 녹음이고 낙소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콩쿠르 입상에 따른 한국 투어는 9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협연과 리사이틀 모두를 소화하게 됩니다.” ―자신의 음악적 모델이 있다면. “보자르 트리오의 일원이었던 미국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를 존경합니다. (그는 첼로 케이스에 그린하우스의 사진을 넣어두고 있다) 그분 댁이 있는 보스턴 근교에서 2009년 몇 주 동안 함께 지내며 레슨을 받고 산책도 함께 했는데, ‘좋은 첼리스트가 되기보다 좋은 음악가가 되라’는 말씀에 깊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이번 우승에 따라 최하영이 받는 상금은 2만5000 유로(약 3370만원)이다. 이번 콩쿠르 2위는 중국의 이바이 첸, 3위는 에스토니아의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최하영 문태국 윤설 정우찬 등 한국인 네 명을 비롯해 12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작곡가 외르그 비드만의 신곡 ‘5곡의 소품’과 연주자가 선택한 협주곡 1곡씩을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다. 2015년부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참가자와 심사위원을 지원해온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의 김재환 원장은 “예선부터 관객들이 최하영의 연주에 유독 열렬히 호응했다”고 전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축전을 통해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예술적 창조력, 도전정신이 빚어낸 결과”라고 축하했다. 최하영은 2006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2011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영국 퍼셀 음악학교에서 수학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2019년 금호악기은행 수혜자로 선정되어 파올로 마치니 첼로를 임대 받았다. 2017년부터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부설 에마뉘엘 포이어만 콘서바토리에서 강사로 활동해왔고 2020년부터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에서 수학하며 에투알클래식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소프라노 홍혜란이 2011년, 소프라노 황수미가 2014년 성악부문 1위를 차지했다. 임지영이 2015년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입상했다. 2012년까지 열린 작곡 부문에서는 2008년 조은화, 2009년 전민재가 각각 1위에 올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2022-06-05 22:55
양인모, 한국인 첫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사진)가 29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처음이다. 그는 위촉곡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2위는 미국의 네이선 멜처, 3위는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된 2020년보다 2년 늦게 열렸다. 양인모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가진 색깔이 마음에 들어 도전했다. 다른 콩쿠르보다 더 정확히 음악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을 안겨준 린드베리의 작품에 대해서는 “린드베리의 협주곡을 직접 감상한 적이 있어서 그의 작품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 기간 중 시벨리우스의 나라 핀란드를 느껴보려 혼자 숲을 걷기도 했다며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대자연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도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려 신경을 썼다”며 “더 이상 콩쿠르에는 도전하지 않을 것 같다. 연주 하나하나에 매진하며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연주계에 데뷔했으며 201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린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도 1위로 입상했다.헬싱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5-31 03:00
[단독]양인모,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12월부터 이 순간만 바라보고 왔다”“인모니니에서 인모리우스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29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 우승은 처음이다. 양인모는 2015년 이탈리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인모니니’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그는 위촉곡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2위는 미국의 네이선 멜처, 3위는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된 2020년보다 2년 늦게 열렸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연주자들의 참가가 배제되었다. 이번 수상으로 양인모는 1위 상금 3만 유로(약 3760만 원)와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 상금 2000 유로(약 250만원)를 받는다. 부상으로는 이 콩쿠르 의장인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와 바이올리니스트 페카 쿠시스토의 멘토링 및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협연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영국 J&A 베어사가 제공하는 과다니니 바이올린 임대 혜택도 받는다.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1965년 시작되었다. 소련의 빅토리아 뮬로바(1980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85년), 세르겡 하차투랸(2000년) 등의 유명 연주자를 우승자로 배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신지아가 2005년 공동 3위에 올랐으며 지난 대회인 2015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의 결선은 27~29일 3일 동안 헬싱키 뮤직센터에서 열렸으며 6명의 결선 진출자는 지정 결선곡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포함한 협주곡 두 곡을 연주했다. 양인모는 27일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카를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9일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결선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비롯한 네 명의 연주가 열렸다. 양인모는 북유럽 대자연의 우수가 가득한 대곡을 특유의 또렷한 음색과 명확한 선율선으로 소화했다. 연주 직후 터진 격려의 함성부터 다른 연주자들이 받는 조용한 반응과 뚜렷이 대비되어 좋은 결과를 예감하게 했다. 다음은 양인모와의 일문일답. ―세계 주요 콩쿠르인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로서 다른 큰 콩쿠르에 도전했다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컸을 듯하다.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2020년 10월부터 베를린에서 살게 됐다. 그때 코로나19가 한창이었고, 청중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내가 다니는 한스 아이슬러 음대의 안티에 바이타스 교수님이 이 콩쿠르를 권했다. 뭔가 새로운 목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시점이었고,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에도 자신이 있었다. 12월에 참가를 결정한 뒤 하루 여섯 시간 씩 연습했다. 마음고생도 있었지만 즐거운 과정이었다.” ―어떤 마음고생이었나.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던 2015년 이전에는 거의 매년 콩쿠르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기성 연주가로서 활동하다가 다시 콩쿠르를 준비하려 하니 예전에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낯설게 느껴졌다. 평가를 받는 자리라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음악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참가자 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편이었고, 내 10대 때가 회상되면서 ‘아, 저 어린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구나’라는 점이 처음으로 신경쓰였다.”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했지만, 4월 29일부터 프랑스 메스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다섯 차례나 생상스의 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등 연주 일정이 많았는데. “생상스 협주곡 협연으로 무대에 서는 감(感)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콩쿠르에 도움이 된다. 부산시향 상주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4월에는 처음으로 코른골트의 협주곡을 익혀 공연하기도 했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모든 걸 준비해 극복하려 했다. 일정과 계획을 꼼꼼히 세워두는 게 중요했다.”―콩쿠르마다 색깔과 저마다의 어려운 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콩쿠르는 어땠나.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가진 취향이랄까, 색깔이 마음에 들었다. 우승자들과 심사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다른 콩쿠르보다 더 정확하게 음악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곡을 2차 예선에서 연주하는데 3월이 되어서 야 악보를 받았다. 준비 기간이 짧고 곡 자체도 굉장히 어려워 힘들었다. 현대 작곡가 마그누스 린드베리가 이 콩쿠르의 위촉을 받아 쓴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곡으로 현대작품 최고해석상을 받았다. “린드베리의 곡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연주 실황을 객석에서 감상한 적도 있어서 그의 작품을 내 식으로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결선 마지막 날도 그랬고, 인터넷으로 콩쿠르를 지켜본 누리꾼들도 매번 청중의 호응이 다른 연주가들과 달랐다고 이야기한다. “핀란드에서 연주하기는 처음이어서 청중들의 성격이나 색깔이 궁금했다. 청중 몇 명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핀란드의 감성에 맞는 연주를 해주어 고맙다’라는 반응이었다. 한국인과 핀란드인의 감성에 공통된 점이 있다고 느꼈다.” ―27일 연주한 닐센의 협주곡도 다른 연주가들을 완전히 빛바래게 했다는 평이 나온다. “처음 연주해보는 곡이었다. 유럽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만 결선 과제곡으로 나왔다는 것은 오케스트라가 이 곡에 익숙하다는 뜻으로 생각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리허설부터 매우 순조로웠고 지휘자(안나마리아 헬싱)와 악단이 잘 받쳐줬다. 29일 연주(지휘 디마 슬로보데니우크)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엄청난 시벨리우스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왔다. 그 소리에 탄력을 받아서 더 좋은 연주가 된 듯하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김한 클라리넷 부수석이 29일 시벨리우스 협연에 참여한 모습이 보였다. “친한 사이다. 얼마 전 메시앙의 사중주도 함께 연주한 일이 있고 며칠 전 이곳에서 저녁도 함께 먹었다. 그가 반주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든든했다.” ―결선에 오른 다른 다섯 명 연주자 중 특히 신경 쓰이는 상대가 있었나. “개성이 매우 뚜렷한 여섯 명이 결선에 올랐다. 이들의 연주를 보면서 경계심보다 다들 특별하구나, 저렇게 연주할 수도 있구나라는 점을 배웠다. 그게 콩쿠르의 좋은 점인데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에서는 어떤 점에 신경을 써서 연주했나. “시벨리우스의 나라 핀란드에는 이번에 처음 왔다. 이 나라의 대자연을 느껴보려 혼자 숲속과 호숫가를 걸어보곤 했다. 시벨리우스가 자신을 ‘산 속의 유령’이라고 말했듯이 그의 음악은 대자연을 표현한 음악이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사람이 잘 안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말러의 음악도 자연을 다루지만 말러의 음악에서는 자연 속에서도 인간이 중심에 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자연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의 악보에는 매우 섬세하고 미묘한 강약 지시가 있는데 그것들이 바람과 같은 자연을 묘사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또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은 비르투오조(명인기)적 음악이 아니다. 기교적으로 어렵지만 기교적인 효과만을 위한 음악이 아니다. 오늘 연주를 하면서 내 자신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으로 ‘인모니니’라는 애칭을 얻었는데 이제 다른 작곡가의 이름과 결부돼 인식되게 되었다. “인모니니라는 별명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파가니니만 잘하기는 싫다. 많은 다른 작곡가들을 탐험하고 폭넓은 레퍼토리로 인정받는 연주가가 되고 싶다. 시벨리우스는 아직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으며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지만 이제는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1차 예선에서 파가니니나 에른스트의 카프리스 곡을 고를 수 있었는데 굳이 알려지지 않은 에른스트의 곡을 선택했다. 파가니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을까. “파가니니를 지우려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내가 이 콩쿠르 참가자 중에서 나이가 많은 편 아닌가. 한층 도전적인 선곡을 해야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에른스트를 연주한 건 만족스러웠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못잖게 기교적으로도 어렵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가하게 된 점도 좋았다.” ―중요한 성취를 또 이룬 셈인데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은 게 행복하고, 당장은 뭘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12월부터 이 순간만을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혼자 쉬면서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쁘고, 연주 하나하나에 매진하며 살면 행복할 것 같다. 콩쿠르에 또 도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유럽에서 더 많은 연주 기회가 열릴 것이고. 좋은 음악적 파트너들을 만나고 더 깊이 음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긴 밤 산책을 하고 푹 잔 뒤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1차 예선부터 함께 한 49명 참가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받은 상은 그들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우리 모두가 시벨리우스의 작품과 다른 음악들을 함께 준비해서 나눈 데에 콩쿠르의 참다운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양인모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연주계에 데뷔했으며 201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2018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다.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파가니니 ‘24개 카프리스’ 전곡과 ‘현의 유전학’ 앨범을 발매했다.헬싱키(핀란드)=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5-30 09:55
같은 ‘전람회의 그림’, 이틀간 다른 오케스트라가 연주‘이틀 동안 두 개의 같은 전람회?’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대곡 ‘전람회의 그림’을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나라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같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네건 다우니 디어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같은 곡을 연주한다. 같은 곡을 다른 악단이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연주하는 것은 관현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오케스트라들은 연주 장소 대관과 협연자 선정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서로 곡목 협의를 하지는 않는다. 두 공연을 잇달아 관람하는 전문가와 음악 팬들도 있는 만큼 해당 악단들은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경기필은 올해 초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부임하기 전까지 이 악단 부지휘자로 호흡을 맞춰 온 정나라 지휘자와의 ‘합’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20년 말러 국제지휘콩쿠르 우승자인 피네건 다우니 디어의 ‘신선함’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두 악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륵스키의 친구였던 화가 겸 디자이너 하르트만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그의 회고전이 열리자 이 전시회를 본 감회를 모음곡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원곡은 1874년 피아노곡으로 발표됐지만 1922년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이 더 널리 연주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이 곡의 마지막 악장인 ‘키이우의 큰 문’도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인이 쓴 곡이지만 우크라이나 수도를 배경으로 웅대한 느낌을 표현해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앙코르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하르트만이 디자인한 키이우의 큰 문은 그림만 남았을 뿐 실제 건립되지는 않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5-17 03:00
[유(윤종)튜브]‘역주행’ 명곡과 그 공헌자들최근 쇼팽 발라드 4곡과 소나타 3번 등을 담은 음반을 내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국 순회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50대에 연주자로서 절정기를 맞이한 ‘역주행’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주자의 커리어는 계획대로 풀리지도, 각자 인생의 비슷한 시기에 오지도 않죠.” 문화계에서 ‘역주행’이란 중앙선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인기를 얻는 ‘차트 역주행’을 뜻한다. 연주가뿐 아니라 작곡가나 명곡도 종종 역주행을 경험한다. 바흐나 헨델보다 일곱 살 위였던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는 1741년 사망한 뒤 오랫동안 이탈리아 음악학자들 일부가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대상이었지 널리 연주되는 작곡가는 아니었다. 1955년 이탈리아 악단 ‘이 무지치’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를 음반으로 내놓은 뒤 이 작품은 문자 그대로 클래식 차트 1위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말러는 1897∼1907년 당시 세계 음악계 정상의 지위였던 빈 궁정오페라 감독을 지냈지만 그가 작곡한 교향곡들은 이해하기 힘든 괴짜 작품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1960년 그의 탄생 100주년과 이듬해 서거 50주년이 이어지면서 그의 교향곡들은 그의 교향곡 2번 제목처럼 ‘부활’하기 시작했다. 말러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이었던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그의 교향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았고,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러 생전의 예언은 실현됐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사정은 예전 이 코너에서 전한 바 있다. 이 곡은 길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1960년대까지 잘 공연되지 않았다.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은 1971년 자신이 수석지휘자로 재직하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소련과 아시아 순회연주에 나섰다. 순회 동안 이 곡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된 그는 2년 뒤 이 곡의 명연으로 꼽히는 음반을 발매했고, 이 곡의 인기는 계속 높아져 고금의 다른 유명 교향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기곡이 되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늦깎이’로 교향곡 세계에 진입했지만 그의 교향곡들에 대한 청중과 비평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가 간신히 인정을 받은 것은 60세에 당대의 명지휘자 아르투어 니키슈의 지휘로 발표한 교향곡 7번에서였다. 미완성으로 남은 9번을 포함해 그에게는 교향곡 두 곡과 1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는 ‘리메이크 역주행’의 대표 사례다. 본디 이 작품은 베르디가 43세 때 발표했지만 참담한 흥행 실패를 겪었다. 무려 24년이 지나 아리고 보이토의 도움으로 이 오페라는 대대적인 개정에 들어갔다. 보이토는 그 자신이 작곡가였고 대본 작가였으며 한때는 베르디 작품의 비판자이기도 했지만 이 숨은 명작의 부활을 위해 힘을 보탠 것이다. 188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의 개정판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 작품은 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위의 사례들은 최소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것을 작곡가들이 본 경우이지만, 아예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 발견되어 명곡의 대열에 오른 작품들도 있다. 31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슈베르트의 인기 교향곡 두 곡도 그렇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C장조 ‘더 그레이트’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10년 뒤인 1838년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잠자고 있던 이 곡의 악보를 발견한 주인공은 로베르트 슈만이었다. 그러고 나서 26년 뒤, 슈베르트 타계로부터는 무려 37년이나 지난 1865년, 지휘자 요한 폰 헤르베크가 두 악장만으로 된 슈베르트의 교향곡 악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늘날 ‘미완성 교향곡’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이 곡은 헤르베크의 지휘로 작곡 43년 만에 초연됐다. 비제가 17세 때인 1855년에 쓴 교향곡 C장조도 1933년에야 발견됐다. 어떤 예술작품이든 재평가의 기회를 기다린다. 어떤 무명 예술가든지 자신의 작품이 정당하게 인정받을 날을 기다리며 작업한다. 말러가 생전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한 말이 작곡가들의 금언처럼 회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이 세상과의 불통에 대한 작곡가의 변명이나 방패로 이용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2022-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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