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플래시100]“일본과 경제 전쟁서 지면 민족 참화”… 이기려면?

정경준 기자 입력 2020-08-01 11:40수정 2020-08-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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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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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 전에 공무원 뿐 아니라 학계 전문가와 민간 대표들까지 끌어들여 위원회를 가동하는 때가 왕왕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 최적의 대안을 찾겠다는 순수한 의도도 있겠지만 단지 명분 쌓기 목적이거나 예상되는 저항을 줄이려는 속셈으로 구성하는 위원회도 적지 않습니다. 나중에 불만이 커지면 “너희네 쪽도 참가해서 결의하지 않았느냐”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죠.

일제강점기 때도 그랬습니다. 1921년 조선총독부는 산업정책의 근본 방침을 정해 조선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산업조사위원회’(이하 산업조사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관리, 재계 대표, 대학 교수들까지 참여하는 ‘민·관·학 합동위원회’였습니다.

총독부 산업조사위원회를 앞두고 1921년 9월 12일 열린 조선인 산업대회. 다수 민중의 행복을 목표로 조선인 본위의 산업정책을 수립할 것, 조선인 산업을 보호해 경쟁의 참화를 없앨 것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56개 항의 건의사항을 총독부에 제출했지만 묵살됐다.
그 해 3월 총독부가 일본 의회에 산업조사회 가동에 필요한 예산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산업조사회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절대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사회는 비상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박영효를 앞세운 명사, 자본가들은 ‘조선인 산업대회’를 열어 △소작인 보호 △공업 교육기관 증설 △조선 산업 보호관세 등 56개 항목을 총독부에 건의했고, 친일단체인 ‘유민회’까지도 조선 산업기관 특별보조, 조선인 농사회사 및 특수금융기관 설립 등을 건의했죠.


그러나 총독부에 다른 속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컸습니다.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3월 21일자 사설에서 ‘조선경제 발전의 이로움이 조선인을 향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라며 조선인 본위의 산업정책을 주문했습니다. 또 산업조사회 위원장에 총독부 정무총감을 앉히고 위원들은 직권 임명한다는 훈령이 발표되자 6월 10일자 사설은 ‘겉만 착한 척하는 형식정치로는 민중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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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조사회 위원 인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한 대로였습니다. 위원장을 포함한 49명 중 조선인은 10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조선인의 면면을 보면 ‘을사 5적’ 이완용 후작과 ‘정미 7적’ 송병준 백작을 위시해 대정실업친목회를 만든 조진태 조선상업은행장과 한상룡 한성은행 전무 등 친일파가 수두룩했으니 ‘조선인 본위의 산업정책’은 애당초 글러먹은 일이었지요.

산업조사회는 9월 15일 열렸습니다. 위원장인 미즈노 정무총감은 개막 연설에서 “조선 산업정책의 의의는 일한합병의 취지에 입각하고 제국(帝國)의 국책에 순응해…”라며 조선의 각 산업을 발전시켜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수탈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합니다. 6일간의 토론 끝에 산업조사회가 내놓은 결의안은 여기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조선을 식량과 원료의 공급지, 상품 소비시장, 일본자본 진출지역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이었죠. 특히 조선인 80%가 종사하는 농업에 대해서는 ‘제국의 양식 충실에 공헌키 위해 산미의 개량증식을 도모’라는 노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총독부가 조선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의 근간을 정하겠다며 1921년 9월 15일부터 20일까지 개최한 산업조사위원회 회의 장면. 기대 반, 우려 반의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산미 개량증식 등 식민지 수탈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야욕을 드러내 민족 공분의 대상이 됐다.
이에 동아일보는 9월 23일자 사설에서 조선인 본위 산업정책에 대한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고 논평한 뒤 다음날 사설 ‘산업의 발달에 대하여 조선인에게 경고하노라’를 통해 ‘경쟁자(일본)의 세력이 발달하는 것을 경계하고 싸워야 한다’며 일제와의 경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사설은 이 경제 전쟁은 창칼로 싸우는 무력적 전쟁과 달리 총성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피할 수도 없고, 패하면 수백, 수만의 생명을 끊고, 한 민족의 근거를 쓸어버리는 참화를 맞게 된다며 사태의 심각함을 일깨웠습니다. 이어 조선인이 지식도, 돈도, 권력도 부족하지만 부지런함을 잃지 말고, 빈부를 가리지 않고 단결하며, 선진국의 문명과 산업 경험을 받아들인다면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웠습니다.

국권을 빼앗기고 민족자본도 빈약해 당장 일제와 경제 전면전을 벌일 수는 없었지만, 이 사설은 토산품 애용, 물산장려운동을 불 지피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원문
産業(산업) 發達(발달)에 對(대)하야 朝鮮人(조선인)에게 警告(경고)하노라

産調會(산조회) 決議案(결의안)에 鑑(감)하야


朝鮮人(조선인)의 幼稚(유치)한 産業(산업)을 發達(발달)시김에 特別(특별)한 保護(보호)를 加(가)할 必要(필요)가 有(유)한 것은 맛치 病者(병자)에 對(대)히야 醫藥(의약)이 必要(필요)하고 乳兒(유아)에 對(대)하야 特別(특별)한 看護(간호)가 必要(필요)함과 如(여)하도다. 此(차)는 明白(명백)한 事理(사리)이라 秋毫(추호)라도 朝鮮人(조선인)의 幸福(행복)을 希望(희망)하고 그 前途(전도)를 念慮(염려)하는 者(자)이면 모다 異議(이의)가 無(무)할 것이니 이럼으로 吾人(오인)은 朝鮮人(조선인) 本位(본위)의 産業政策(산업정책)을 産業調査委員會(산업조사위원회)에 要望(요망)하얏스며 此(차)로써 朝鮮人(조선인)의 實地(실지)의 發達(발달)을 期(기)하랴 하얏도다.

그러나 이제 吾人(오인)의 此(차) 希望(희망)이 水泡(수포)에 歸(귀)함은 昨紙(작지) 本欄(본란)에 임의 論評(논평)한 바와 如(여)하며 所謂(소위) 當局者(당국자)의 朝鮮人(조선인)에 對(대)한 誠意(성의)도 今次(금차) 試驗(시험)에 그 本體(본체)를 發露(발로)하얏거니와 吾人(오인)은 當局(당국)의 本心(본심)을 知(지)함으로써 滿足(만족)하지 못하며 産調會(산조회) 決議案(결의안)에 驚愕(경악)함으로써 知足(지족)하지 못하며 吾人(오인)의 愚(우)를 自笑(자소)함으로써 止(지)할 것이 아니라 吾人(오인)은 進(진)하아 朝鮮人(조선인) 生存(생존) 維持(유지) 方法(방법)에 對(대)하야 맛당히 戒心(계심)하여야 하며 奮發(분발)하여야 하며 競爭者(경쟁자)의 勢力(세력) 進展(진전)에 대하야 보름직히 警戒(경계)하여야 하며 爭鬪(쟁투)하여야 할 것이로다.

吾人(오인)은 此際(차제)에 力說(역설)하노라. 戰爭(전쟁)이 決(결)코 武力的(무력적) 戰爭(전쟁)에 限(한)치 아니하얏스며 殺戮(살육)이 決(결)코 兵刃(병인)에 限(한)치 아니하얏도다. 商業戰(상업전)도 一大(일대) 戰爭(전쟁)이며 工業戰(공업전)도 一大(일대) 戰爭(전쟁)이라. 武力(무력)의 戰爭(전쟁)은 비록 一時(일시)에 數百萬(수백만)을 殺戮(살육)하는 戰爭(전쟁)이라 할지라도 經濟的(경제적) 戰爭(전쟁)의 永遠(영원)한 時期(시기)에 亘(긍)하야 一(일) 民族(민족)의 全(전) 根據(근거)를 掃蕩(소탕)하는 慘憺(참담)에 及(급)치 못하며, 兵刃(병인)으로써 하는 殺戮(살육)은 비록 忍見(인견)하지 못할 慘狀(참상)을 呈(정)하나 그 害(해)의 及(급)하는 바 少(소)하면 一二(일이) 個人(개인), 大(대)하면 數十(수십) 人(인)에 不過(불과)하되 兵刃(병인)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經濟(경제)의 術略(술략) 或(혹) 政策(정책)으로써 하는 殺戮(살육)은 實(실)노 幾百(기백) 幾萬(기만)의 民族(민족) 全體(전체)의 生命(생명)의 道(도)를 斷絶(단절)하는 것이 되는 도다.

吾人(오인)은 此際(차제)에 朝鮮人(조선인)에게 對(대)하여 警告(경고)하노라. 諸君(제군)은 戰場(전장)에 立(입)하얏도다. 眼目(안목)에 見(견)하는 戰爭(전쟁)이면 避難(피난)하는 道理(도리)가 有(유)하거니와 此(차) 戰爭(전쟁)의 種類(종류)는 眼目(안목)으로써 見(견)치 못하는 平和(평화)의 戰爭(전쟁)이라. 그러나 그 慘禍(참화)에 至(지)하야는 眼目(안목)에 見(견)하는 戰爭(전쟁)의 幾十(기십) 倍(배), 或(혹) 幾百(기백) 倍(배)에 達(달)하는 도다. 그 엇지 戰慄(전율)할 바- 아니리오.

그런 즉 此(차)에 應(응)하는 道理(도리)가 如何(여하)하뇨. 첫재, 勤勉(근면)하여야 할지니 諸君(제군)에게는 知力(지력)이 有(유)치 못하며 資力(자력)이 有(유)치 못하며 權力(권력)이 또한 缺乏(결핍)하도다. 諸君(제군)은 依(의)할 곳이 無(무)하며 望(망)할 것이 無(무)하도다. 오즉 自力(자력)을 依(의)할 따름이니 諸君(제군)의 自力(자력)이 그 勤勉(근면) 以外(이외)에 果然(과연) 如何(여하)한 것이 存在(존재)하는가. 他(타)가 知力(지력)으로써 하면 諸君(제군)은 勤勉(근면)으로써 그 知(지)를 奪(탈)하여야 하며, 他(타)가 資力(자력)으로써 하면 諸君(제군)은 亦(역) 勤勉(근면)으로써 그 資(자)를 奪取(탈취)하여야 할 것이라. 그러나 이 勤勉(근면)이 決(결)코 一朝一夕(일조일석)에 止(지)하고 말 것이 아니라 吾人(오인)의 生存(생존)을 確保(확보)하기까지는 繼續(계속)하여야 할지니 此(차) 戰爭(전쟁)이 엇지 吾人(오인) 一代(일대)에 止(지)하리오. 恐(공)컨대 吾人(오인) 子孫(자손)에까지 及(급)할가 하노라.

둘재로 必要(필요)한 것은 朝鮮人(조선인)이 團結(단결)하여야 할 것이니 此(차) 戰場(전장)에 立(입)한 者(자)는 그 甲(갑)과 乙(을)을 勿論(물론)하고 朝鮮人(조선인)이면 그 朝鮮人(조선인)인 까닭에 運命(운명)이 全部(전부) 同一(동일)한 것이라. 同一(동일)한 運命(운명) 下(하)에 處(처)한 者(자) 엇지 團結(단결)하야 그 力(역)을 合(합)하지 아니하리오. 知力(지력)이 비록 大(대)하나 團結(단결)이 無(무)하면 此(차)는 恐(공)할 것이 無(무)하며, 資力(자력)이 비록 豐富(풍부)하다 할지라도 團結(단결)이 無(무)하면 亦(역) 畏(외)할 것이 無(무)하도다.

此(차)에 反(반)하야 吾人(오인)이 비록 資力(자력)이 無(무)하며 知力(지력)이 無(무)할지나 堅固(견고)한 結束(결속)만 有(유)하고 持久(지구)의 勤勉(근면)만 有(유)하면 雖(수) 千萬(천만)의 競爭者(경쟁자)가 有(유)할지라도 畏縮(외축)할 것이 無(무)하니 吾人(오인)은 惟(유)하되 團結(단결)은 實(실)노 戰爭(전쟁)에 出(출)한 者(자)의 唯一(유일)한 要件(요건)이라 하노라.

或者(혹자)는 云(운)하되 朝鮮(조선)에도 貧富(빈부)의 別(별)이 有(유)하며 知愚(지우)의 差(차)가 有(유)하도다. 富者(부자)는 貧者(빈자)와 列(열)을 同(동)히 할 必要(필요)가 無(무)하고, 知者(지자)는 愚者(우자)와 그 運命(운명)을 共(공)히 할 必要(필요)가 無(무)하다 하는 者(자) 有(유)하나, 그러나 吾人(오인)의 所見(소견)에 依(의)하면 此(차)는 그 一(일)을 知(지)하고 그 二(이)를 不知(부지)하는 것이로다.

伽藍(가람)에 火(화)를 失(실)한지라 엇지 金器(금기)와 土器(토기)의 區別(구별)이 有(유)하며, 蒼海(창해)에 暴風(폭풍)이 起(기)한지라 엇지 木船(목선)과 鐵艦(철함)의 差異(차이)가 有(유)하리오. 朝鮮人(조선인)의 富者(부자)는 富(부)하다 安心(안심)하지 말지며, 朝鮮人(조선인)의 知者(지자)는 그 知力(지력)을 자랑하지 말고 民衆(민중)으로 더부러 力(역)을 合(합)할 지어다.

셋재로 必要(필요)한 것은 文明制度(문명제도)를 힘써 利用(이용)하며 先進(선진) 諸國(제국)의 産業上(산업상) 各(각) 方面(방면) 經驗(경험)을 綜合(종합)하여야 할지니 이 곳 吾人(오인)이 文明(문명)하는 道理(도리)인 同時(동시)에 産業(산업)의 發達(발달)을 促進(촉진)하는 根本(근본) 所以(소이)이며, 最後(최후)의 勝利(승리)를 確保(확보)하는 唯一(유일)한 手段(수단)이라. 農業(농업) 模範場(모범장)이 有(유)한가. 그 硏究(연구)의 結果(결과)를 充分(충분)히 利用(이용)할지며, 工業(공업) 試驗場(시험장)이 存在(존재)하는가. 亦(역) 그 結果(결과)를 充分(충분)히 利用(이용)할지로다. 아니라 官廳(관청)의 施設(시설)과 指導(지도)만 受(수)하야 行動(행동)할 것이 아니라 自進(자진)하야, 或(혹)은 團體(단체)의 力(역)을 利用(이용)하야, 或(혹)은 各(각) 個人(개인)의 勤勉(근면)으로써 産業(산업)에 關(관)한 知識(지식)을 吸收(흡수)하기에 努力(노력)할지어다.

一言以蔽之(일언이폐지)하면 朝鮮人(조선인)은 이제 爭鬪(쟁투)가 甚烈(심렬)한 産業(산업) 戰場(전장)에 立(입)하얏도다. 모름직히 戒心(계심)하야 各自(각자)의 立地(입지)를 注意(주의)하며 相對者(상대자)의 形勢(형세)를 詳察(상찰)하되 團結(단결)과 知識(지식)으로써 武裝(무장)하고 勤勉(근면)으로써 砲彈(포탄)을 作(작)하야 勝利(승리)를 期(기)할지어다.



현대문
산업 발달에 대해 조선 사람들에게 경고하노라

산업조사회의 결의안을 보고


조선인의 초기 단계 산업을 발달시키는 데 특별한 보호를 가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마치 병자에게 의약이 필요하고, 갓난아이에 대해 특별한 간호가 필요한 것과 같다. 이는 명백한 사물의 이치라서 조금이라도 조선인의 행복을 희망하고 그 앞길을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이니, 우리는 산업조사위원회에 조선인 본위의 산업정책을 요망했으며, 이로써 조선인의 실지 발달을 기대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이 희망이 물거품으로 돌아감은 어제 이 사설란에 이미 논평한 바와 같으며, 이른바 당국자의 조선인에 대한 성의도 이번 시험(결의안)에 그 본체를 드러냈거니와 우리는 당국의 본심을 아는 데 만족하지 못하며, 산업조사회의 결의안에 경악하는 것으로 지족할 수 없으며, 우리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비웃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 조선인의 생존 유지방법에 대해 마땅히 마음을 놓지 말고 경계해야 하며, 분발해야 하며, 경쟁자의 세력이 진전되는 것에 대해 모름지기 경계하고 싸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역설하고자 한다. 전쟁은 결코 무력적 전쟁에 국한되지 않으며, 살육이 결코 칼이나 창 같은 무기로만 일어나는 것도 않는다. 상업 전쟁도 한바탕 전쟁이며, 공업 전쟁도 일대 전쟁이다. 무력 전쟁은 비록 일시에 수백만 명을 살육하는 전쟁이지만, 경제적 전쟁이 영원한 시기에 뻗쳐 한 민족의 모든 근거를 쓸어버리는 참담함에 미치지 못하며, 무기로 하는 살육은 비록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을 드러내지만 그 미치는 피해는 적으면 한두 명, 많으면 수십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기로 하지 않고 경제적 술책, 정책으로 하는 살육은 실로 수백, 수만 민족 전체의 생명의 길을 단절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조선 사람들에 대해 경고하는 바이다. 여러분은 전쟁터에 서 있다. 눈에 보이는 전쟁이면 피난할 길이 있겠지만, 이 전쟁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러나 그 참화에 이르러서는 눈에 보이는 전쟁의 수십 배, 수백 배에 이르는 전쟁이다. 그 어찌 전율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전쟁에 대응하는 길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첫째, 근면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지력이 있지 않으며, 자금력도 있지 않으며, 권력 또한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여러분은 의지할 곳이 없으며, 기대할 것도 없다. 오직 스스로의 힘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이니 여러분 스스로의 힘이 근면 이외에 과연 어떤 것이 존재하겠는가. 남이 지력을 앞세우면 여러분은 근면으로 그 지식을 뺏어야 하며, 남이 자금력으로 침범하면 여러분은 역시 부지런함으로 그 자금을 탈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근면은 결코 일조일석에 그치고 말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확보할 때까지 계속해야 할 것이니 이 전쟁이 어찌 우리 당대에 그치겠는가. 두렵지만 우리 자손에까지 미칠 것이 분명하다.

둘째로 필요한 것은 조선 사람의 단결이다. 이 전쟁터에 선 사람은 갑이니 을이니 따지지 말고 조선인이면 조선인인 까닭에 운명이 모두 같은 것이다. 같은 운명 아래에 처한 사람이니 어찌 단결해 그 힘을 합치지 않을 것인가. 지력이 비록 크더라도 단결하지 않으면 이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자금력이 비록 풍부하다 할지라도 단결하지 않으면 역시 무서워할 것이 없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자금력이 없고 지력이 없지만 견고하게 결속하고 오랫동안 근면함을 유지한다면 비록 천만 경쟁자가 있더라도 두려워 움츠릴 것이 없으니 우리는 단결이 실로 전쟁에 나서는 사람이 갖춰야 할 유일한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조선에도 빈부의 차별이 있고, 지자와 어리석은 자의 차이가 있어 부자는 빈자와 같은 열에 설 필요가 없고 지자는 어리석은 자와 그 운명을 같이 할 필요가 없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소견에 따르면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승려가 머무는 절에 불이 났다면 어찌 금 그릇과 질그릇의 구별이 있겠는가. 너른 바다에 폭풍이 일어났다면 어찌 목선과 철함의 차이가 있겠는가. 조선인 부자는 부유하다고 안심하지 말 것이며, 조선인 지자는 지력을 자랑하지 말고 민중과 더불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셋째로 필요한 것은 문명제도를 힘써 이용하고 여러 선진국의 각 분야 산업 경험을 종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문명하는 길인 동시에 산업의 발달을 촉진하는 근본 조건이며, 최후의 승리를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모범적인 농장이 있는가? 마땅히 그 연구결과를 충분히 이용해야 할 것이다. 공업 시험장이 존재하는가? 역시 그 결과를 충분히 이용할 일이다. 아니다. 관청의 시설과 지도만 받아 행동할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또는 단체의 힘을 이용해서, 또는 각 개인이 근면하게 산업에 관한 지식을 흡수하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조선인은 이제 싸움이 극히 치열한 산업 전쟁터에 서 있다. 모름지기 경계해 각자의 입지를 주의하고, 상대방의 형세를 상세히 관찰하되 단결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근면으로 포탄을 만들어 승리를 기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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