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민족자결주의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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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사 1, 2, 3/제러드 L 와인버그 지음/홍희범 옮김/384∼432쪽/1만6000∼1만7000원·길찾기

 1923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1조’ 단위가 찍힌 마르크 주화(鑄貨)를 발행했다. 지금껏 인류가 만든 주화 역사상 최고 단위다. 하지만 1조 마르크로 당시 독일에서 살 수 있던 건 고작 감자 1자루였다.

 하이퍼인플레이션, 통상적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촉발된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에 연합국이 과도한 전쟁배상금을 강요해 독일 국내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독일 나치당은 피폐해진 독일인의 마음을 움직여 이들을 전쟁의 광기로 이끌었다.

 유대인 출신으로 평생을 나치시대 독일, 2차 세계대전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인 저자는 통념과는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의 이유는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주창하고 연합국이 선택한 민족자결주의 원칙 탓이라고 주장한다. 민족자결주의로 1차대전 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등이 잘게 갈라지고 중동부 유럽은 약소국 집합이 됐다. 독일은 그대로 유지돼 기존 세력을 유지했지만 독일을 견제할 세력은 사라진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배상금 지급 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독일의 자발적 선택이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전쟁배상금 지급을 대부분 거부했다. 그나마 일부는 외국에 빚을 져 지급했지만 1930년대 후부터 그 빚도 갚지 않았다.

 이처럼 저자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온 부분들을 바로잡으려 한다. 2차대전 당시 강한 유대의 동맹 관계를 맺은 일본, 독일이 실상 서로를 잘 몰랐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독일은 일본의 전력이 생각보다 약했다는 사실을, 일본은 독일이 심각한 인종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2800여 개의 미주를 달았다. 3권에 걸쳐 17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 출처를 밝힌 ‘근거 있는’ 이야기가 빽빽이 담겨 있다. 기존 통념과 다른 새로운 내용들이 가십처럼 읽히지 않는 이유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2차세계대전사#제러드 l 와인버그#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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