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우리가 다른 행성에 살 수 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 지음/현정준 옮김/384쪽·3만 원/사이언스북스

《지난 일주일 동안 387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인간이 화성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지만 미국은 인류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류의 터전을 지구에서 벗어나 외계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주 탐사는 인간의 본능적인 탐험 욕구가 발휘된 것이다. 이동하면서 사냥과 채집을 하던 고대의 인간은 가축을 기르고 농사와 식량 보관법을 알게 되면서 정착생활을 시작한다. 탐험 본능은 여행으로 대체된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국외로 손쉽게 가게 되고 이는 우주 탐사로 확장된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가며 우주로 나가고자 하는 본질적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를 위해서다. 저자는 태양계 행성의 모양과 기후, 위성 등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황산 가스로 가득 찬 금성은 지옥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는 화성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지구의 하늘은 대기와 태양광선의 상호작용으로 파랗게 보이지만, 대기가 없는 달의 하늘은 까만 우주 그 자체다.

우주 탐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다른 행성의 기후와 환경을 관찰해 지구를 보호하는 데 있다. 금성의 대기를 연구하면서 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임을 알아냈고, 화성의 대기 구조와 기후를 통해 지구의 온실효과와 핵겨울의 심각성을 밝혀냈다. 그 중심에 보이저 1, 2호가 있다. 태양계 탐사의 임무를 가지고 1977년 우주로 나간 보이저호는 지금 성간(星間) 임무를 수행 중이다. 보이저호에는 특별 제작한 음반이 실렸는데 ‘지구’라는 행성과 인류의 존재를 외계에 알릴 수 있는 정보들을 압축해 기록한 것이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발견하면 ‘창백한 푸른 점’에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지구라는 이 세계를 이처럼 망쳐 놓은 우리들이 다른 세계들을 맡을 수 있을까?” 저자의 날카로운 질문은 인류가 저질러놓은 만행들을 복기시킨다. 환경 파괴, 전쟁, 국제 정치 싸움으로 변질된 우주과학…. 유일한 터전인 지구를 훼손하는 인류가 과연 지성적인 존재인가를 묻는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권선영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