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신자유주의 정책의 위기, ‘시장 철학’으로 돌파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시장의 철학/윤평중 지음/372쪽·1만9000원·나남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고삐 풀린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곤과 불평등의 확대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의 민주주의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책은 이 같은 비판으로부터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방어하려고 한다. 한신대 철학과 교수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저자는 일단 세계화와 연동된 21세기 자본주의의 위기가 민주 질서에 큰 충격을 가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신자유주의는 상위계급이 기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와 관련해서만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다고 본다.

더구나 보수와 진보 정부를 불문하고 비슷하게 관철된 한국형 신자유주의 정책은 한 세대 동안 형성된 중산층의 두께를 얇게 만들었다. 국가 주도의 전면적 동원, 불균형 성장정책과 맞물린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노동을 배제하고 재벌을 중심에 두는 천민자본주의, 구조적 부정부패 등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저자는 “한국형 발전국가 모델이 위기를 맞은 오늘날 대대적 복지 확대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 체제 유지의 비용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사회적 동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전환의 시기 시장의 가치를 바로 보는 ‘시장 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보 세력은 시장과 민주 질서를 적대적인 관계로만 봤고, 보수 세력은 시장의 자유방임이 절대선이라고 믿는 잘못을 범했다는 것. 저자는 “시장의 생명력은 민주주의와 정치의 토대를 굳건히 한다. 경제적 자유와 풍요는 정치적 자유를 증대시킨다”고 말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