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생 賢者 80명의 ‘삶에 대한 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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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크리스티아네 추 잘름 지음/엄양선 옮김/288쪽·1만4000원·토네이도

세월호 참사 이후 죽음 관련 책이 부쩍 늘었다. 정말 예기치 않게 300여 명의 꽃다운 인생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 죽음을 눈앞의 현실로 느끼게 됐기 때문일까. 죽음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걸 머릿속으론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일상생활에선 무시하고 살고 있다.

이 책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 봉사자로 근무한 저자가 죽음을 앞둔 80명에게 구술받은 ‘삶에 대한 고백’이다. 죽음 직전의 얘기여서 활자로만 봐도 절절함이 묻어난다.

뇌종양에 걸린 49세의 정보통신 기술자는 지난여름만 해도 가족과 그리스로 떠나 보트를 탔던 일을 떠올리며 “어느 누구도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런 일은 자기에게 닥쳐야만 알게 된다”고 했다.

19세 때 어머니에게 술집을 물려받아 운영해 온 60대의 남자는 술집을 물려받지 말고 다른 일을 했다면 넓은 세계로 나가 출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 이름을 거론하면서 “내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너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정을 보여준다.

48세의 남자는 갈등을 피해 달아나고 불확실할 일들을 다른 사람이나 상황 탓으로 돌려 온 자기기만을 후회하면서 아내에게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고백한다.

미성년 때 아이를 임신하고 그 뒤 다른 남자와 결혼해 세 아이를 더 낳은 한 여성은 삶의 마지막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는 죽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 멋진 인생이었다. 훌륭한 아이들 넷이 모두 내 곁에 있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아들 하나와 딸 하나는 동성애자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임종 봉사자#죽음#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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