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는 대형서점엔 없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이 있었어요. 빠르고 편리한 것만 쫒던 저에게 헌책방은 ‘작은 불편함도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줬어요.”
최근 <온새미로 헌책방을 가다>라는 책을 펴낸 ‘온새미로’ 청소년기자단 소속 서지윤 양(18․미림여고3)은 헌책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온새미로’는 자연과 문화유산 보존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청소년기자단의 명칭으로, 여기에 속한 서울과 전남 지역 고교 1~3학년생 17명은 서울시내 23곳, 광주 2곳, 목포 1곳 등 모두 26곳의 헌책방을 답사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발달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헌책방들의 애환을 디지털 세대의 눈으로 조명한 것이다.
이 책에는 ‘공씨책방’ ‘골목책방’ 등 40~50년간 고집스레 한자리를 지켜온 헌책방, 20여 곳이 남아 명맥을 잇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물론, 지역 문화공간을 겸하고 있는 헌책방(‘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등) 등을 샅샅이 훑은 취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아름다운 가게와 알라딘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중고서점 체인점의 모습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1년 가까이 기획부터 답사, 원고 집필, 일러스트, 편집 등 책 발간의 모든 과정을 자발적으로 주도한 게 특징이다.
“헌책방도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란 걸 청소년들이 몸소 느낀 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문화유산 보존이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 동네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고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온새미로’ 청소년 기자단. 헌책방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허주희 홍보부장(33)의 설명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온새미로 청소년기자단을 주축으로 우리 주변의 소중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기록하는 ‘동네둘레두레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2012년 진행한 헌책방 답사 역시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온새미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김새 그대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한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다음달 9일까지 고교 1~3년생을 대상으로 온새미로 청소년기자단 4기를 모집한다. 이 기자단은 자연과 문화유산 답사 및 취재, 명사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활동 결과를 계간지 및 웹진에 공개한다.(문의 ☎02-739-3131)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보전 가치가 높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기증과 기부로 매입해 미래 세대를 위해 영구히 보전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최순우옛집, 동강 제장마을 동강사랑(舍廊), 내성천 범람원 등 모두 8곳의 시민유산을 확보해 보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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