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못해 교회로 돈 버나” 말에 서세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2일 09시 08분


목사된 서세원 “장자연 사건 연루? 사실은…”
'피플인사이드' 출연.."매니저 병문안은 위로차원"

최근 목사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는 개그맨 서세원 씨(56).

지난달 28일과 3월 6일 두 차례 그를 만났다. 6일에는 그가 기도처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솔라 그라티아'(Sola gratia·오직 은총으로)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목사로서의 새로운 삶과 연예계 비리 등 그를 둘러싼 논란, 방송 활동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목사 서세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사회적 경험도 적지 않고, 연예인으로 25년을 살았다. 지난 10년은 고난 속에서 서성거렸다. 돈도 많이 벌고, 많이 잃기도 했다. 죽고 싶은 적도 있었다. 경험이 다채롭다보니 나의 인생 현장 체험만 들려줘도 주변에서 좋아하신다. (다른 목회자들과 달리) 교과서 같은 설교가 아니라 '인생의 특공무술' 같은 엑기스를 전해서 그런 것 같다."

-정말 죽음을 생각한 적 있나.

"어려울 때 차라리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성품이 거기까지 못가더라. 스스로도 그렇고, 아내와 아이 생각도 나서…."

-300회가 넘는 간증과 교회 설교 중 기억나는 사례는.

"3년 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설교 뒤 40대 남성이 찾아와 약봉지를 건네줬다. '자살을 생각했는데 서 전도사님 말 듣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목사로 큰 보람 아닌가.

"보람보다 '하나님이 나를 써주신다'고 생각했다. 내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통한 계획을 있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목사가 되기 전과 후의 근본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인생은 일종의 쇼(Show)라고 본다. 삶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 목회자가 되기 전에는 내가 그 쇼의 주연이자 감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이라는 '감독'이 계시다."

66.13㎡(20평)가 안 되는 이 공간은 십자가와 천정의 그림을 빼면 교회라기보다는 디자인 사무실처럼 예쁘고 깔끔하다. 흰색과 녹색의 작은 소품, 검은 색 의자 20여개가 놓여져 있다. 한쪽에는 신자들의 이름이 적힌 동전 크기의 작은 돌들이 놓여 있다.

-교회가 예쁘다.

"좁죠. 신자도 20여명 안팎이다. 조용하고 아담해 기도가 모자란 분들이 찾아 기도하기에는 오히려 좋다."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 부인 서정희 씨(52) 작품인가.

"모든 것을 서정희 전도사가 했다. 소품부터 주보까지 모두 아내의 몫이다. 나는 털 끝 하나도 손 못 댄다.(웃음) 지난해 4월 개인사무실로 쓰려고 얻은 공간인데 기도처가 됐다."

-교회인가? 기도처인가?

"기도처라고 보는 게 맞다. 주일(일요) 예배는 오후 5시에 올린다. 오전에 있는 다른 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모자라는 기도를 이곳에서 채우라는 의미다. 내가 교회를 넓히는 목사가 아닌 선교목사이기 때문에 신자 수나 교회 공간은 의미가 없다."

-부인이 여성지와 한 인터뷰에 '서세원이 방송 활동을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교회를 찾아다니며 생활비를 번다'는 말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언급이 있다.

"300회가 넘는 교회 행사에 참여하면서 맹세코 한번도 사례를 받아본 적이 없다. 돈은 세상에서 벌면 됐지, 교회에서 버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한 원칙이다."

-올해 목회 계획은.

"올해 60회 정도 외부 설교나 행사에 참여한다. 미국 시애틀과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선교 현장도 찾을 예정이다. 사람의 눈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스태프 때문에 큰 차를 타고 지방에 가면 '저것들이 망했다는데 아직도 큰 차 타고 다닌다'며 손가락질 하고, 작은 차를 타면 '교회에 돈 벌러 왔다'고 한다. 이제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십일조나 헌금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렇다. 설교 때 일절 헌금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꼭 내야겠다는 분의 헌금은 거절하기 어려워 모두 해외 선교지로 보내고 있다."

-그러면 이곳을 어떻게 운영하나.

"돈에서 자유로워야 신앙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연예인으로 수 십 년 정상에서 있었으니 아직 먹고 살만하다, 허허. 나와 다른 목회자는 조건이 다르니, 이것은 순전 나의 잣대다."

-목사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졌나.

"전혀 아니다. 목사는 계급이 너무 높고, 전도사일 때가 딱 좋았다. 전도사 하면 어쩐지 친근하고 말하기도 좋다."

-그동안 개그맨, 영화감독, 프로덕션 대표 등 다양한 직함에 이어 이제 목사가 됐다. 어느 호칭이 가장 마음에 드나.

"목사는 신앙 문제라 다른 차원이니 별개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쟤가 ○○다방 DJ'라고 불릴 때와 영화 연출이 꿈이었기에 영화감독이 제일 좋았다."

-부인이 목회 인생에 큰 역할을 한 걸로 알고 있다.

"100%다."

부인 서정희 씨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서세원 씨의 표정이 애매한 표정이 됐다. 남편이 2003년 이후 회사 운영과 연예계 비리 등으로 재판을 받는 등 어려운 시기에 있을 때 부인은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 2004년 자궁 수술을 했고, 2006년에는 가슴에서 종양이 발견돼 2010년 다시 수술을 받았다. 서세원 씨는 "서 전도사는 언제나 내가 삐딱해도 받아주고, 언제나 기도하며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며 "이제 목사와 전도사로 있으니 인생에 이어 신앙의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서세원 씨는 12일 방영되는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해 고(故) 장자연 사건과 조폭과의 연루설에 대해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연예계를 둘러싼 사건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남 얘기하기 싫어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서세원만 나쁜 놈에 범법자가 됐다. 정상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으니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없을 리 없다. 목사이기에 그 마음을 털려고 애쓰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고 하나님께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 '목사 서세원'의 직함이 보태져 당신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

"그럴 것이다. 목사나 방송인으로 사람들을 실망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사소한 이익이란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절실하게 느꼈다."

-신학 공부는 어떻게 했나.

"총신대 총장을 지낸 김의환 목사님(2010년 작고)의 영향이 컸다. 그분에게 신학 지도를 받았는데 배움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이전에 내게 하나님은 술 먹지 말라, 담배 피지 말라,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말라 등등…. 까다롭고 무섭기만 한 분이었다. 하지만 김 목사께 신학사와 교리를 배우면서 자유롭고 행복한 신앙관을 경험했다."

-목사 안수는 어떻게 받았나.

"독립 교단에 속한 신학대 과정을 만친 뒤 지난해 11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해외 선교단체인 GMP와는 협력관계에 있다."

-방송 복귀도 생각하나.

"언젠가는 하겠지만 아직 모르겠다. 무엇보다 서세원이 나왔는데 재미없다, 시청률이 바닥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수는 없지 않나? 목회는 하나님이 함께 하는데 시청률은 하나님이 주시지 않는다. (웃음) 그래서 고민이다."

-어떤 프로를 하고 싶나.

"오디션, 서바이벌 등 최근 TV 프로그램이 일반인의 성공을 다룬다고 하지만 형식이나 분위기가 너무 경쟁적이고 살벌하다. 패자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그런 프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50대 중반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동안 교만했고, 아직도 교만하다. 내 멋대로였다. 하나님 앞에서 더 낮아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특히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창세기 1장 1절이다. 두고두고 읽을수록 나의 마음을 흔든다. 나를 하나님이 만들었으니, 그 뜻을 알고 맡기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책임지시겠지 하면서. 이렇게 편한 책임전가가 어디 있나, 하하."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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