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03>등文公이 問曰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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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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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양혜왕·하’의 제15장이다. 등나라는 서주 때 分封(분봉)을 받아 전국시대까지 존속했지만 국력이 약했다. 지금의 山東省(산동성) 등州市(등주시) 일대에 있으면서, 戰國七雄(전국칠웅)에 속하는 齊(제)나라와 楚(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었기 때문에 등나라 문공은 事大 외교의 문제로 고민했다. 더구나 齊나라가 자기네 영토에 편입한 지역인 薛(설)나라에 성을 쌓자, 등나라 문공은 극도의 위기감을 느꼈다. 곧 등나라 문공은 온 힘을 다해 事大를 해도 나라를 보존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싸여, 맹자에게 외교의 방법을 자문한 것이다.

‘등은 小國也라’는 말은 자기네 등나라가 작은 나라라고 평이하게 서술한 듯하지만 自嘲(자조)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앞서 등문공은 ‘등은 小國也라’라고 말하고, ‘間於齊楚(간어제초)하니 事齊乎(사제호)잇가 事楚乎(사초호)잇가’라고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으니, 제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초나라를 섬겨야 합니까?’라고 자문한 것이다. 竭力以事大國은 全力(전력)을 다해 큰 나라를 섬긴다는 말이다. 則不得免焉의 則(즉)은 ‘∼하다면 ∼한다’는 뜻의 조건-결과 구문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고 하더라도 ∼하다’라는 뜻의 양보절 구문을 연결한다. 不得免은 外侵(외침·외국으로부터의 침략) 등의 앙화(殃禍)를 면할 수 없다는 뜻이다. ‘如之何則可(여지하즉가)’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이다. 앞에서도 등문공은 ‘제나라 사람이 장차 설 땅에 성을 쌓으려고 하여 내가 매우 두렵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자문한 바 있다. 이 장에서도 그와 같은 식으로 절박하게 물은 것이다.

등문공의 물음을 보면 약소국의 비애가 절절하다. 그런데 맹자는 약소국의 처지를 거론하지 않고 군주가 민심을 얻어 백성과 함께 社稷(사직)을 보존할 수 있는 정신적 토양을 형성했느냐고 다그친다. 이 시대의 지도자와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것이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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