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가야금이 나지막하게 부른 ‘광화문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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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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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영훈 씨 대표곡 10선
류지연 씨 연주 음반 내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연가’)

2008년 2월 타계한 작곡가 고 이영훈 씨의 명선율을 가야금 연주로 듣는다.

가야금 연주가 류지연 씨(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겸임교수·서울시국악관현악단 가야금 수석·사진)가 앨범 ‘영훈 meets 지연, 광화문연가 그리고 가야금연가’를 내놓았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 이 씨의 대표곡 10곡을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했다. ‘광화문연가’ 등 3곡은 가야금 독주와 현악4중주 협연 등 두 가지로 실었다.

“광화문은 제게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세종문화회관으로 날마다 출근하면서 기분 좋을 때면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이영훈 씨의 노래가 빠지지 않죠.” 류 씨는 “젊은 시절 기쁠 때나 슬플 때 함께 한 노래도 이 씨의 노래였다”고 말했다.

음반에서 류 씨는 가야금 음색이 가진 개성을 굳이 확대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오동나무의 질감이 잡히는 듯한 멜로디와 왼손의 분산화음, 베이스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풍경이 수묵화로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음반 기획에 참여한 음악평론가 윤중강 씨는 “이 씨의 노래 속 공간은 광화문에서 시작해 광화문에서 끝났다. 그는 영원한 ‘서울키드’이자 강북청년이었으며 1980년대 사람들을 서구 팝에서 한국형 팝 발라드로 이동시킨 주인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류 씨의 연주를 들어보면 그가 곡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영훈 씨가 류 씨를 찾아온 느낌이다. 음반 제목에 담은 ‘영훈 meets 지연’도 그런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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