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우주의 질서가 담긴 밥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밥 먹는 사람들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들려준다. 커다란 국그릇 안에 들어간 다섯 식구도, 빨간 관광버스를 탄 승객들도, 흐물흐물한 두부 위에 올라서 춤추는 남녀도 모두 뭔가를 먹고 있다. 한지 콜라주 위에 부드러운 색감으로 녹아든 편안한 이미지들, 그 속에 애틋하면서도 위태로운 세상살이가 만화경처럼 분주히 펼쳐진다. 작가는 말한다.
‘목적을 모르는 삶 때문에 삶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래서 삶의 모습은 카오스 안에 있다. 그러나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한 가지 현상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이 아니던가? 카오스에 질서가 부여되면 곧 코스모스가 된다. 혼돈과 질서가 한순간 교차하는 지점에 삶의 진리가 펼쳐진다.’
혼돈으로 이어지는 듯한 날들, 일상의 작은 위안이 필요할 때 돌아보면 좋을 전시다. ‘밥 힘으로 산다’는 옛 어른들 말씀을 떠올리면서. 02-734-755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