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이들의 성공 재능만으로 가능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4일 03시 00분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352쪽·1만3000원·김영사

아웃라이어(outlier)는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돼 있는 물건’ 또는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관측치’를 말한다. 저자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뛰어넘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아웃라이어들의 성공 비밀을 파헤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뉴욕지부장을 지낸 저자가 유행의 발생 원리를 파헤친 ‘티핑포인트’, 찰나의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블링크’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저자의 주장은 단순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든지, 부모나 후견인에게 빚지지 않고 성공할 수는 없으며 성공한 사람들은 특별한 기회나 문화적 유산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빌 게이츠와 비틀스를 예로 든다.

빌 게이츠는 부유한 부모 덕분에 시애틀의 사립학교 레이크사이드에 다녔다. 1968년 학교의 어머니회는 3000달러를 투자해 학교에 컴퓨터를 설치했다. 그는 컴퓨터 클럽을 운영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저자는 “당시 그런 경험을 한 젊은이가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라고 말한다.

1960년, 비틀스가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록 밴드에 불과할 때 그들은 독일 함부르크의 한 클럽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1년 반 동안 그들은 매일 8시간씩 연주했다. 자연히 비틀스는 많은 곡을 만들어야 했고 새로운 연주방법을 늘 모색해야 했다. 실력은 수직상승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75인의 명단에서 저자가 뽑아낸 통계도 흥미롭다. 19세기 중반 태어난 미국인이 전체의 20%인 14명이나 있다는 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들이 태어난 해는 1840년생 2명을 제외하고 모두 1830년대였다. 이들이 20, 30대가 된 1860∼1870년대에 미국 경제는 철도가 건설되고 월스트리트가 생기는 등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다.

저자는 성공의 다른 축으로 ‘문화적 유산’을 든다. 특정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문화적 유산에 따라 어떤 쪽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높고, 어떤 분야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는 1990년 1월 콜롬비아 아비앙카항공 여객기의 뉴욕 추락사고,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사고 등을 예로 들며 문화적 특성과 비행기 사고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저자는 기장과 부기장, 기관사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두 사고에서 부기장과 기관사는 기장에게 위험한 상황을 직설적으로 전하면서 충고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에 젖은 탓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한국의 긍정적 유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한국인의 경우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매우 요긴한 문화적 유산도 갖고 있다”면서 탁월한 수학 능력을 들었다. 그리고 서양에 비해 수학 실력이 높은 이유를 아시아의 ‘벼농사 문화’에서 찾았다. “수학을 잘하려면 끝까지 집중하고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데 아시아는 벼농사 문화를 통해 끈기와 인내가 몸에 뱄다”는 것이다.

특별한 기회와 문화적 유산만이 ‘아웃라이어’의 전제조건일까.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분야에서 1만 시간 동안 노력한다면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K 안데르센 에릭손은 1990년대 초 엘리트 바이올리니스트와 평범한 연주자들의 차이를 비교했다. 엘리트 연주자들은 20세가 됐을 무렵 모두 1만 시간을 연습한 것으로 통계가 나왔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4000시간 정도였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모차르트는 6세에 작곡을 시작했지만 초기 작품은 평범했고 걸작은 21세 때부터 만들어졌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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