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3>懷老牛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懷(회)는 懷古(회고)나 懷慕(회모)처럼 생각하다 또는 그리워하며 따르다의 뜻이다. 품다 즉 감정이나 사상을 가지다 또는 포용하다의 뜻이 있으며, 가슴이나 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懷抱(회포)는 품에 안다 또는 품이나 가슴 그리고 마음속 포부나 감정을 두루 뜻할 수 있다. 懷璧(회벽)은 재물이 많거나 재능이 있다는 뜻과, 그 때문에 화를 당하거나 미움을 받는다는 뜻도 있다. 老牛(노우)는 여기서는 어미 소를 가리킨다. 老(로)는 부모를 뜻하기도 한다.

지(지)는 핥다의 뜻이다. 지痔(지치)는 치질을 핥는다는 말로서 권세에 아부하여 부귀를 얻는 비열한 행위를 비유한다. 莊子(장자)는 하사받는 부귀의 크기는 아부의 정도와 같다며, 임금에게서 수레를 받고 자랑하는 이를 욕했다. 犢(독)은 송아지이다. 지犢(지독)은 송아지를 핥는다는 말로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비유한다.

‘삼국연의’에서 鷄肋(계륵)사건의 주인공인 楊修(양수)는 曹操(조조)의 심중을 속속들이 이해하면서도 결국은 그에게 벌을 받아 죽었다. 위의 구절은 그 양수의 아버지인 楊彪(양표)에게 조조가 왜 그리 말랐느냐고 물었을 때 양표가 한 대답이다. 예방하는 선견지명이 없어 부끄럽지만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고 어미 소를 빌려 토로했다.

唐(당) 權德輿(권덕여)는 “어미 소도 새끼를 핥고, 평범한 새도 새끼를 발에 쥔다”고 했다. 그처럼 부모의 자식 사랑은 천성에 의한 것이며 가장 진실하고 절실하다. 아무리 차가운 심장의 소유자라도 어미 소가 새끼를 핥아주는 모습을 보며 그 순수한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부모의 사랑을 일깨우는 좋은 교재이지만, 부모 잃은 아이들에겐 참으로 가슴 아픈 광경이다. 范曄(범엽)의 ‘後漢書(후한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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