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같은 父子?… ‘1박2일’ 해보세요”

  • 입력 2008년 6월 2일 03시 01분


“우리는 한마음” 1일 대구 대건고 부자캠프에 참가한 아버지와 아들이 커플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은 뒤 즐거워하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우리는 한마음” 1일 대구 대건고 부자캠프에 참가한 아버지와 아들이 커플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은 뒤 즐거워하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대구 대건고 ‘부자 캠프’… 대화하며 게임하며 ‘마음의 벽’ 허물어

“아빠, 조심조심.” “괜찮아, 쓰러져도 다시 세우면 돼. 그게 인생이야.”

1일 대구 달서구 송현동 대구시청소년수련원 2층 전시실. 참가자들은 도미노게임을 준비하려고 머리를 맞댔다.

대학 직원인 이희옥(49) 씨는 “아들하고 도미노를 해보기는 처음”이라며 “모처럼 집을 떠나 아들과 붙어 지내니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에 있는 대건고(교장 고창수)가 지난달 31일∼1일 부자(父子) 캠프를 열었다. 졸업생 아버지 6명도 참여했다.

아버지는 직장 일이나 사업으로, 아들은 공부 때문에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부자의 정(情)을 새롭게 다지자는 취지다.

커플 티셔츠를 만든 이들은 도미노게임과 체조놀이를 즐겼다. 또 서로를 칭찬하는 내용의 표창장을 만들었다.

참석한 아버지들은 세대차를 이유로 아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적은 게 아니었는지 돌아봤다.

김광옥(48·섬유업) 씨는 “아들이 엄마를 통해서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서운한 생각이 들곤 했다.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서로 마음을 여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들인 2학년 명균(17) 군은 “좀 어색했지만 아버지하고만 이틀 동안 지내니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건고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이끌어주자는 뜻에서 ‘줄탁동시’라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온전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알 속의 병아리와 알 밖의 어미 닭이 동시에 껍질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조창대(46·교사) 씨는 “아들이 1학년 때 겪던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한 덕분에 이겨냈다”며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도록 줄탁동시의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 학교 교사 이대희(45) 씨는 “가정에서 부모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학생이 학교생활도 잘한다. 가을에는 경주 남산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등산하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지난달 스승의 날에 학생의 발을 씻어주는 ‘줄탁동시 세족례’ 시간을 마련했다. 제자를 자신의 몸처럼 생각해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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