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전시실 가운데 통일신라시대까지의 유물을 전시한 고고관에는 고조선과 부여에 대한 설명이 없고 그 이후 유물을 전시한 역사관은 조선시대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이런 단절된 구조로는 관람객들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최광식(55)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 역사를 빠짐없이 개관할 수 있도록 박물관의 전시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물의 성격에 따라 고고관 역사관 미술관 등을 구분한 중앙박물관 전시관이 유물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전시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 관장은 이날 국립박물관 근무 경험이 없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미술사나 고고학 전공자가 아닌 역사학 연구자로 첫 관장을 맡아 부담이 되지만 지난 9년간 고려대 박물관장을 지내며 2005년 고구려특별전 등 여러 차례 대형 전시를 치렀고 중앙박물관과 전시 교류도 해 왔다”고 말했다.
또 최 관장은 박물관 인력의 연구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이 연구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학예직의 연구 여건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은 5월부터 무료 개방을 시행하지만 사립박물관들은 관객이 국립박물관으로 몰려 자신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 관장은 “국립박물관을 무료 개방하면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사립박물관의 관람객이 함께 증가하는 윈윈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이날 박물관의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4월 22일∼8월 30일 동아일보와 공동 개최하는 기획전 ‘페르시아(the Glory of Persia)’를 예로 들었다. 이 전시는 기원전 5000년경 신석기시대부터 서기 7세기 사산조 페르시아까지 페르시아(현재의 이란)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물 207점과 모형, 사진, 영상물을 선보인다.
최 관장은 “동아시아 문화 전시는 익숙하지만 페르시아 문명이 국내에 본격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크로드를 통한 신라와 페르시아 문명 교류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