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성당 납골당 갈등, 정진석 추기경 차에 계란던져

  • 입력 2007년 9월 9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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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탄 승용차가 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성당을 찾았다가 이 성당 안에 납골당을 짓는데 반대하는 주민들이 던진 계란에 맞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노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 경 태릉성당 주변에서 납골당 건립 반대집회를 하던 시위대 500여 명이 성전봉헌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이 성당에 들어오던 정 추기경의 승용차에 계란을 던지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정 추기경이 탄 흰색 그랜저 승용차가 계란으로 얼룩졌지만 미리 배치돼 있던 경찰 2000여 명 호위를 받은 추기경은 별다른 피해 없이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위 주민들은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등 성당 주변에서 미사를 보려고 가던 이 성당 신도들을 향해 계란, 음식물 쓰레기 등을 던져 10시로 예정됐던 미사가 예정보다 30여 분 늦게 열렸다.

이들은 또 12시 반 경 미사가 끝나고 정 추기경과 신도들이 나오려 하자 유리병과 돌을 던져 정 추기경 등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계란을 던진 시위대에는 성당 주변 공릉중학교와 태릉초등학교의 학부모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2005년부터 납골당 건립에 반대해 왔다.

시위 주민들은 이날 납골당 축성식이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시위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납골당 건립에 반대해 6일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기도 했다.

태릉성당은 4월 노원구청과 벌인 행정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납골당 공사를 95% 끝낸 상태다. 그러나 최근 노원구가 개정된 학교보건법(학교 주변 정화구역 내 설치 심의대상에 납골당 추가)을 근거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자 다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은 이 날 발표한 성명에서 "태릉성당은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납골당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노원경찰서장, 노원구청장에게 전한 상태"라며 "납골당과 무관한 성당 신축행사를 주민들이 물리적으로 위협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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