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잠꾸러기, 몸안의 시계 맞춰라…‘바이오클락’

  • 입력 2006년 7월 2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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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클락/러셀 포스터 레온, 크라이츠먼 지음·김한영 옮김/415쪽·1만6500원·황금부엉이

피터 팬의 라이벌, 후크 선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어는 배 속에 시계를 넣고 다닌다. 그 악어에게 한 손을 잃은 후크 선장은 똑딱똑딱하는 소리만 들으면 몸서리를 친다.

이 책은 똑딱똑딱하는 소리가 나지 않을 뿐, 모든 생명체에는 이런 시계가 장착돼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분자신경과학자, 작가인 저자들이 소개하는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은 그 생체시계(bio-clock)의 구조와 작동 원리, 응용에 대한 학문이다.

많은 사람은 밤에 잠들고 아침에 눈뜨는 것, 철새가 계절이 바뀌면 이동하는 것, 곤충이 애벌레에서 성체로 변화하는 것, 꽃이 꽃잎을 벌렸다가 다무는 것이 햇빛의 변화 내지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생물학은 이런 일들이 생체시계의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며 다만 상황 변화에 따라 이 시계를 앞으로 당기기도 하고 뒤로 돌리기도 하는 미세조정이 이뤄질 뿐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초파리나 쥐를 12시간 낮, 12시간 밤의 상황에 놓건, 24시간 내내 밤의 상황에 놓건 이들이 밤과 낮에 따라 택하는 행동패턴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생체시계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생명체마다 위치가 다르고, 또 같은 생명체 안에서도 곳곳에 존재한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는 눈 뒤에서 빛을 감지하는 시상하부 앞에 위치한 시교차상핵(SCN)이라는 2만 개의 세포덩어리가 가장 중요한 시계다. 포유류는 SCN이 제거되면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자고 먹이를 찾는다.

그렇다고 SCN이 우리 몸의 유일한 시계는 아니다. SCN은 우리 몸 곳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예측하는 시계들의 시계, 곧 그리니치 표준시계와 같을 뿐이다.

우리 몸이 태어나기 전부터 프로그램된 시계에 맞춰져 있다면 밤낮이 바뀌는 상황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가. 눈의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 그리고 망막내막에 있는 멜라놉신 같은 광수용체를 통하여 일출과 일몰의 빛을 감지해 대략 24시간보다 조금 길게 설정된 일간주기(circardian rhythm)를 새로 포맷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갈수록 이 생체시계를 거스르는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시간대를 넘나들고, 야간 근무가 늘고, 계절 변화와 무관한 일상패턴을 유지한다. 이 책에서는 이를 극복하려는 연구들도 함께 소개한다.

사흘 밤낮 잠을 자지 않고도 전투를 할 수 있는 모다피닐, 밤낮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프로비질, 시차 극복을 도와주는 멜라토닌의 약효를 소개하고, 서쪽으로 여행할 때는 일몰 햇빛을 많이 쐬고,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일출 햇빛을 많이 쐬는 것이 좋다는 충고도 담는다. 또한 일간주기의 패턴에 맞춰 투약 시간을 조절할 경우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낳는지도 알려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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