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하다 몽롱하다… 롤러코스터 5집 ‘트라이앵글’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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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앨범 ‘트라이앵글’을 낸 3인조 그룹 ‘롤러코스터’. 왼쪽부터 이상순 지누 조원선. 신원건 기자
5집 앨범 ‘트라이앵글’을 낸 3인조 그룹 ‘롤러코스터’. 왼쪽부터 이상순 지누 조원선. 신원건 기자
증상. '애프터 더 톤'의 첫 부분 "여보세요~"를 듣자마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몽롱함을 느낌. 어질한 정신을 차리고 나면 여성 보컬 조원선의 나른한 목소리가 귀에서 '맴맴'거림.

직설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마약'과도 같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3인조 혼성 밴드 '롤러코스터'의 5집 '트라이앵글' 음반. '내게로 와', '습관', '라스트 신' 등 재기발랄, 깔끔함으로 점철됐던 이들의 음악은 마치 현대인들의 '자양 강장제'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질퍽하다. 마치 담쟁이 넝쿨처럼 사람들의 귀를 빨아들인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결국 이내 중독된다.

"'마약'이라고요? 어휴~ 최고의 찬사죠."라며 킥킥대는 이들. '7년산 밴드'가 제조한 이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 성분

"'여운'이 주 성분이죠. 지금까지 발표한 음악들에는 표현 하고자 하는 것들이 많아 빈자리가 없었는데 이번엔 어떠한 규정도 없어요."(지누)

"'아날로그'도 들어있죠. 3집부터 일렉트로닉, 하우스 계열 음악을 주로 하다보니 예전 투박한 소리가 그리웠어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귀가 옛스러움을 재촉했다고 할까요?(조원선)

'롤러코스터' 멤버들이 꺼낸 빅 카드는 바로 '빈티지(Vintage)' 사운드였다. 투박한 이상순(기타)의 연주, 지누(베이스, 프로그래밍)가 만든 단순한 리듬, 무미건조한 여성 보컬 조원선의 목소리… "우리가 언제 세련된 음악을 했지?"라는 시치미가 깔려 있는 듯 하다.

"한 선배 연주자 한 분이 '너네는 개인기 없이 무미건조하게만 연주 하네'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그 분도 이번 앨범에 중독됐죠. 그게 바로 우리 의도죠." (지누)

● 용법

"5집은 길거리에서 이어폰 꼽고 들어보세요. 슬픈 노래가 나오면 사람들이 전부 우울한 것 같지 않나요? 마치 '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 것 처럼요."(이상순)

앨범은 마치 길거리에 서 있는 듯 행인들 소리를 담은 인트로 '트라이앵글'로 시작한다. 코드 두개로 진행되는 타이틀 곡 '숨길 수 없어요'는 자꾸 들을수록 새롭게 들리는 매력이 있는 곡. 촌스럽지만 우울한 디스코 풍의 '두 사람'이나 하우스 풍의 '다시 월요일', 가수 양파가 가사를 쓴 '애프터 더 톤'에서는 조원선의 뇌쇄적 목소리에 중독된다. 특히 우주인 목소리로 딱딱 끊어 말하는 '괜찮아요'란 곡에서의 그녀는 외로움과 상실감의 대변자 같다.

"5집을 만들면서 우리도 이제 철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정신보다 안정이 좋아졌다고 할까요? 우리와 같이 나이든 팬들이 흐뭇해할 음반이죠."(조원선)

● 효능

"이번 앨범 작업 때는 데모(demo) 때 곡 그대로 쓴 것들이 많아요. 자연스럽게 작업하다보니 일상에 대한 흔적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결국 사랑, 친구, 인생 등 잠시나마 내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 그게 바로 5집의 효능 아닐까요?" (조원선)

1999년 데뷔한 이후 어느 덧 7년이 됐지만 여전히 이들은 "음악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볼까"라는 궁리 밖에 없다. 유럽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인 이상순, 솔로 프로젝트 앨범 궁리에 바쁜 조원선, 일렉트로닉 음악 전문 DJ 활동에 바쁜 지누… "음악이 액세서리화(化) 됐지만 그래도 진실된 음악은 팬들에게 통한다"는 이들의 믿음이 반가울 뿐이다. 대체 이들의 마약같은 음악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우스꽝스런 답이 돌아왔다.

"CD를 거꾸로 들어보세요. 그럼 깨어날 거예요. 우리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음악을 거꾸로 연주했거든요. 믿거나 말거나…"(지누)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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