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식 시독회’ 7년간 詩 450수 해석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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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의 시를 한 수 한 수 꼼꼼히 독해하고 있는 ‘소식 시독회’ 회원들. 앞줄 가운데가 좌장 격인 유종목 서울대 중문과 교수. 김재명 기자
소동파의 시를 한 수 한 수 꼼꼼히 독해하고 있는 ‘소식 시독회’ 회원들. 앞줄 가운데가 좌장 격인 유종목 서울대 중문과 교수. 김재명 기자

무려 7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모여 소동파의 시를 읽으며 함께 해석해 온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중문과 내 ‘소식 시독회’ 회원들이다.

유종목 교수를 중심으로 중국문학 전공자들이 1998년 4월 결성한 이 모임은 당송팔대가의 한 명인 동파 소식(東坡 蘇軾)이 남긴 한시(漢詩) 2800여 편을 해독해 오고 있다.

중국 한시의 양대 계보인 당시와 송시 중에서 송시를 대표하는 소식의 시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조선 사림의 비조 김종직(金宗直)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까지는 오로지 만당(晩唐)시만 익혔고 고려 중엽에는 오로지 소동파 시만 배웠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소동파의 시집이 정작 한글로 번역된 적은 없다. 그의 시가 이백과 두보의 시에 비해 워낙 전고(典故·전례와 고사)를 많이 인용하고 있어 현대인들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현대 중국어로 번역이 이뤄지지 않았다.

소식 시독회는 일주일에 2시간 정도의 틈을 내 소동파의 시 한두 편씩을 읽어 나갔다. 독해가 쉽지 않을 때는 한 편의 독해에 3주일이 걸리기도 했다. 4년 전부터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소동파의 시에 묘사된 중국 현장 답사에까지 나섰다.

그 치열한 독해의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다. 유 교수가 역주한 ‘완역 소식 시집1’(서울대출판부)이다. 소동파가 남긴 2822수의 시를 모두 6권으로 완역한다는 야심 찬 기획의 첫 권으로 450수를 번역하고 별도의 해설과 주석을 달았다.

12일 강추위 속에 모인 10여 명의 소식 시독회 회원은 갓 인쇄돼 온 책을 보며 기쁨과 자부심을 감추지 못했다. 중문과 강사인 강민호(36) 씨는 “두보의 시는 박식함과 정교함을, 이백의 시는 재기발랄함과 호방함을 갖췄다면 소식의 시는 양자를 겸비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소식 시독회 회원들이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었을 작업”이라며 “지금처럼 꾸준히 독회를 펼쳐 간다면 20년 안에 6권 완간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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