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휴먼 브레인’…인간의 뇌는 소우주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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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브레인/수전 그린필드 지음·박경한 옮김/241쪽·1만3000원·사이언스북스

1848년 미국 버몬트 주의 철도 공사장.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노동자가 다이너마이트 폭발 사고로 쇠막대가 머리통을 관통하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길이 110cm, 지름 3cm의 쇠막대는 머리뼈를 뚫고 들어가 전전두피질을 심하게 손상시켰다.

잠시 의식을 잃었던 게이지는 처음엔 멀쩡해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고 전에는 매사에 협조적이고 우호적이던 사람이 시건방지기 이를 데 없는 고집불통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 후에 보고된 뇌 손상 사고들은 놀랍게도 비슷한 후유증을 보여 주었다. 전전두피질은 인간성의 정수라고나 할까, 정신의 가장 복잡한 측면인 환경에 적응하는 독특한 방식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흥미로운 사건을 분석함으로써 신성하게만 여겨졌던 우리의 성격이 실은 뇌라는 형이하학적인 존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격은 바로 우리의 뇌인 것이다!

이 책은 마음의 육체적 근거인 뇌에 관한 것이다. 뇌가 작동하는 원리에서부터, 신경세포와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거쳐 뇌라는 물질에서 기억과 의식이라는 인간의 정신이 생기는 과정을 탐구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약리학 교수인 저자는 뇌에 대한 생물학적, 생리학적 분석을 넘어 뇌를 연구하는 철학적인 의미, 어떻게 뇌에서 마음이 발원(發源)하는지를 자유롭게 추론한다.

뇌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언제 개성이 형성되는가? 한 사람의 의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조차 서로 느낌과 생각이 다른 것은 왜 그럴까?

과학자들은 개성의 근본이라는 신비에 접근하기 위해 기억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우리가 어렴풋이나마 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기억을 통해서다

그러나 여기에는 불가사의한 난제가 남는다. 90년 전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90년이면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이 이미 몇 차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인데! 뇌 부위에 상관없이, 경험의 결과가 어떻게 신경세포에 영구적 변화를 각인할 수 있는 것일까?

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많이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토로한다. “그것은 마치 머리 하나를 자르면 다시 일곱 개의 머리가 자라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히드라와 같다.”

우리 머리 안에 있는 소우주, 뇌. 그 거대한 비밀에 대한 탐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것은 인간의 의미에 대해 던지는 본질적이고도, 궁극적인 질문이다. 원제 ‘THE HUMAN BRAIN’(1997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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