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6>구(구·부추 구)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구는 땅위로 자라난 ‘부추’를 그렸다. 아래쪽의 가로획은 땅을, 안쪽의 두 세로획은 줄기를, 양쪽으로 뻗어난 부분은 잎을 상징한다.

한자의 구조는 크게 象形(상형), 會意(회의), 形聲(형성)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형성은 독음까지 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와 독음을 함께 갖춘 이상적인 구조로 여겨졌다. 그래서 한자는 언제나 형성 구조로 가려는 경향을 가지는데, 구도 부추를 그린 상형자였지만, 자신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艸(풀 초)를 더한 구를 만들어 의미와 독음을 함께 갖춘 형성구조로 변화했다.

구로 구성된 글자들은 부추나 그 속성과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섬(산 부추 섬)은 구와 S(끊어질 첨)으로 이루어졌는데, S은 낫 창(戈·과)으로 나란하게(T·종) ‘잘라냄’을 뜻한다. 그래서 섬은 ‘나란하게 잘라낸 부추’라는 뜻으로부터 ‘야생 부추’를 말했다. 부추는 다른 채소에 비해 연하고 부드럽기로 유명하며, 특히 막 자라난 부추는 연함 그 자체다. 고대인들은 이런 부추를 보면서 가늘고 섬세함을 느꼈을 것이며, 이 때문에 ‘가늘다’의 뜻이 나왔다.

이후 가는 것의 상징인 (멱,사)(가는 실 멱)이 의미부로 더해져 纖(가늘 섬)이 만들어지자 纖으로써 ‘가는 것’을 대표했다. 유사한 구조의 殲(다 죽인 섬)은 부추를 자르듯(섬) 사람을 모두 베어 죽임((대,알)·알)을, U(가늘 섬)은 부추처럼 가냘픈(섬) 여자(女·여)를, V(짧은 속옷 섬)은 몸을 가늘게(섬) 보이도록 졸라매는 베(衣·의)로 만든 ‘허리띠’를 말한다.

또 제(짠지 제)는 구와 齊(가지런할 제)로 이루어졌는데, 부추(구)를 가지런하게(齊) 잘라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것이 제이다. 어디서나 잘 자라고 잘라 먹고 나면 하루 이틀 만에 또 자라나는, 흔하고 값싼 그야말로 서민들의 보통 채소였던 부추, 그래서 朝제暮鹽(조제모염·아침에는 짠지 저녁에는 소금 반찬)에서처럼 부추 짠지는 극히 소박하고 절제된 반찬의 상징이었다.

나머지, 讖(예언서 참)과 懺(뉘우칠 참)에서는 섬이 모두 소리부로 쓰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