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수상작 “표절 아니다” 결론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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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시상식까지 치른 동인문학상의 올해 수상작 ‘꽃게 무덤’에 대해 인터넷에서 표절 논란이 일어나 이 상을 주관하는 조선일보사와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다시 검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사위원들은 4일 문제가 된 작품들을 검토한 뒤 “표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앞서 일부 누리꾼(네티즌)은 수상작인 권지예(45) 씨의 단편집 ‘꽃게 무덤’에 실린 단편소설 ‘봉인’의 내용이 경북 안동시 신세계병원 원장 박경철(41) 씨가 올해 4월 펴낸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리더스북)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필집 가운데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라는 글은 신생아에게 복벽 결손이 생겨 장이 바깥으로 나오려 하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일로’ 시술을 하지만 아이가 숨지고 결국 어머니까지 목을 맨다는 내용이다. 박완서 유종호 씨 등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은 4일 오후 6시경 발표한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통해 “전통적으로 문학이 중시한 구성은 줄거리가 아니라 미학적 장치로서의 짜임새다. 두 작품을 검토한 결과 구성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권지예 씨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가 4일 밤 기자에게 보내온 e메일을 통해 “양심 없는 파렴치한이 돼버렸다. 오해가 계속될 것 같아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혼자 있고 싶다”고만 밝혔다. ‘꽃게 무덤’을 펴낸 문학동네 출판사는 “권 씨가 ‘인터넷에서 본 글을 소재로 가져왔으며 박 씨의 수필집에 들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박 씨에게 e메일을 보냈지만 답신이 없었다. 다음 판부터는 출처를 넣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인 이문열 씨는 “‘봉인’이 표절이라면 신문 기사나 널리 알려진 일에서 글감을 가져온 ‘보바리 부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고전들 역시 표절이 될 것”이라며 “작가에게 치명상이 될 ‘표절’ 의혹을 너무 쉽게 제기하는 것 같아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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