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63>里(마을 리)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里는 금문에서 田(밭 전)과 土(흙 토)로 이루어졌다. 田은 경작 가능한 농지를, 土는 농작물이 생장케 해 주는 상징이다. 정착 농경을 일찍 시작했던 고대 중국에서 농지가 갖추어진 곳이 바로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이었다. 고대 문헌에서 ‘다섯 집(家·가)을 (린,인)(이웃 린)이라 하고, 다섯 (린,인)을 里라고 한다’고 했으니, 대략 하나의 마을(里)은 25家로 이루어진 셈이다. 지금의 간화자에서는 옷(衣·의)의 속을 뜻하는 裏(裡·속 리)를 줄인 글자로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里의 본래 뜻은 마을이고, 이로부터 鄕里(향리)라는 말이 나왔다. 나아가 里는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를 재는 단위로 쓰였으며, 물길(水·수)에서는 浬(해리 리)를 쓴다.

里에서 파생된 野(들 야)는 원래 야로 숲(林·임)이 우거진 땅(土), 즉 아직 농경지로 개간되지 않은 교외 지역을 말했다. 이후 소리부인 予(나 여)가 더해졌고, 다시 통합되어 지금의 野가 되었다.

그것은 그 당시 이미 개간되지 않은 땅(야)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마을(里)로 변했음을 뜻한다. 野가 邑(고을 읍)과 대칭되어 성밖의 주변 지역을 말함으로써, 野에는 거칠고 야생적이라는 뜻이 생겼고, 粗野(조야·거침)나 野蠻(야만), 野心(야심) 등의 단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埋(묻을 매), 理(다스릴 리)의 里는 소리부이다. 埋는 원래 갑골문에서 제사를 위해 소나 양 등 희생을 구덩이에 묻는 모양을 그렸고, 理는 원래 玉(옥 옥)에 난 무늬결을 뜻했고 玉을 다듬을 때는 무늬결을 따라 쪼아야 옥이 깨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다스리다’의 뜻이 나왔다.

나머지 量(헤아릴 량)은 원래 윗부분이 깔때기이고 아랫부분이 포대기로 곡식을 포대에 담는 모양을, 童(아이 동)은 윗부분이 문신 칼(辛·신)이고 중간이 눈(目·목)이고 아랫부분이 소리부인 東(동녘 동)으로, 반항능력을 없애고자 눈을 자해한 ‘소년’ 노예를, 重(무거울 중) 역시 童에서 분화된 글자로 그러한 노예들이 짊어져야 하는 힘들고 과중한 노동력을 그려 里와는 관계없는 글자들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