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화장을 하다’…클라크슨등 팝 주름잡는 미녀가수 3인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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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과 팝 사이를 오가는 미녀 가수들. 왼쪽부터 켈리 클라크슨, 애슐리 심프슨, 힐러리 더프. 김범석 기자
록과 팝 사이를 오가는 미녀 가수들. 왼쪽부터 켈리 클라크슨, 애슐리 심프슨, 힐러리 더프. 김범석 기자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여성 팝 가수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직장인 김영훈(27) 씨. 얼마 전 그는 케이블TV의 음악채널을 보던 중 깜짝 놀랐다.

“금발 미녀가 록 음악을 하네…. 도대체 누구야?”

김 씨를 사로잡은 ‘그’는 바로 10대 여성 가수 힐러리 더프였다. 긴 생머리에 늘씬한 몸매…. 섹시 댄스가 어울릴 법한 외모지만 그녀는 ‘골반 춤’을 추지 않고 기타 리프에 맞춰 소리를 지른다.

최근 팝 음악계를 주름잡는 세 명의 미녀 가수가 있다. 켈리 클라크슨(23), 힐러리 더프(18), 그리고 애슐리 심프슨(20)이 바로 그 주인공들. 미모만 보면 ‘댄스음악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십상이지만 이들은 그런 기대의 허를 찌른다. 록을 노래하는 것이다.

○ 백인 미녀들의 ‘예쁜’ 록 음악

클라크슨은 2002년 미국 폭스TV에서 주관하는 아이돌 스타 선발대회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등장했다. 클라크슨은 같은 해 10월 발라드풍의 데뷔곡 ‘어 모멘트 라이크 디스’로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후속 싱글인 ‘미스 인디펜던트’부터는 록 사운드를 가미했고, 올해 발표한 로큰롤풍의 신곡 ‘신스 유 빈 곤’은 MP3 파일 다운로드 60만 건을 기록했다. 현재는 모던록인 ‘비하인드 디즈 헤이즐 아이스’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2의 브리트니’라 불리는 18세 소녀 더프 역시 모던 록 사운드를 담은 데뷔 음반 ‘메터모퍼시스’(2003년)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올해 8월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 ‘모스트 원티드’는 현재 앨범 차트에서 2주 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데뷔 앨범 ‘오토바이오그래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심프슨도 관조적인 록 사운드의 ‘피시스 오브 미’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2002년 ‘에이브릴 라빈-미셸 브랜치-바네사 칼턴’으로 형성됐던 여성 로커 트로이카 체제를 물려받은 이들은 더 쉬운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로 10대들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 록의 대중화? 록의 상업화?

팝 음악 전문가들은 미녀 로커 트로이카의 인기 비결로 △난해하지 않은 록 사운드 △10대들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성 △댄스 여가수에 못지않은 수려한 미모 △대중매체를 통한 끊임없는 노출 등을 꼽았다.

이들은 그동안 지속됐던 ‘브리트니-크리스티나’의 대결구도가 브리트니의 결혼, 크리스티나의 새 앨범 준비 등으로 소강상태가 되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천편일률적인 섹시 대결에 일침을 가하듯 ‘미모의 여가수=댄스가수’라는 공식에서 탈피해 록 음악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 씨는 “록 음악을 통해 자신들도 음악성이 뒤지지 않음을 나타내려는 하나의 포장술”이라고 말했다. 예쁜 외모, 늘씬한 몸매를 가진 여성 가수들은 으레 상큼한 댄스를 해야 한다는 열등의식을 탈피하려는 노력이라는 것. 이를 입증하듯 이들의 음악은 빌보드 앨범 차트나 싱글 차트에서는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정작 록 차트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가수 윤도현 씨는 “록 음악의 정체성은 ‘록 정신(spirit)’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며 “작사, 작곡, 연주 스타일만으로 록 가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불러야 진정한 로커”라고 이들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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