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몸 이야기]<7>무용수 손톱 ‘그때 그때 달라요’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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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에서는 기르지만 발레에서는 잘라야 하는 것? 바로 ‘손톱’이다.

흔히 손톱은 ‘손톱의 때만도 못하다’ ‘손톱만큼도 없다’ 등의 표현도 있을 만큼 사소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신체 부위. 하지만 무대 위에서 손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국무용가 이은주 씨는 “한국무용에서 손은 유일하게 의상 밖으로 노출되는 신체 부분인 만큼 그 손에 표현력을 집중해 담아내야 한다”며 “손끝을 통해 열림과 닫힘, 긴장과 이완을 표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섬세한 손끝 놀림을 위해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손톱을 기르곤 한다”고 설명했다.

손톱이 길면 손가락 끝이 가냘프게 모아져 예뻐 보이는 효과도 있다. 물론 대극장의 경우 관객들은 멀리 무대 위의 긴 손톱을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무용수들은 “관객들은 모르더라도 춤추는 사람들은 긴 손톱 끝에서 춤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춤은 겉으로 드러나는 선보다 표현되지는 않지만 내적으로 흐르는 기가 중요한 만큼 호흡이 손끝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손톱을 자르면 마치 호흡이 가다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공연을 앞두고는 항상 손톱을 기른다.”(국립무용단원 김미애 씨)

결국 외적인 손의 아름다움이 아닌 내적 표현 수단으로서 손의 중요성 때문에 손톱을 기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손톱을 기르더라도 매니큐어를 칠해선 안 된다. 심지어 색깔 없이 광택이 나는 투명 매니큐어도 금물.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조명을 받으면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발레에서는 무용수들이 손톱을 기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여자 무용수의 긴 손톱은 파드되(2인무)를 출 때 자칫 상대 남자 무용수를 할퀴거나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 또한 같은 이유로 결혼한 무용수들은 춤을 출 때만큼은 결혼반지를 빼고 무대에 오른다.

한국무용의 경우 긴 손톱 때문에 상대방이 다치는 경우는 없다. 전통 무용에서는 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 창작 한국무용에서는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 등장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의 몸이 ‘닿을 듯 말 듯’ 할 뿐 발레처럼 남녀의 신체가 밀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찮게 여기기 쉬운 손톱. 하지만 무용가들에게만큼은 우리 춤과 서양 춤의 기본적인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신체 부위일지도 모른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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