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우린 TV대신 인터넷으로 보고 싶을때 본다”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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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트콤을 즐겨 보는 회사원 박기범(26) 씨. 그는 언제부턴가 TV를 보기 위해 TV가 아닌 컴퓨터를 켜기 시작했다. 박 씨는 “각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VOD 서비스를 이용하면 방송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시청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말했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종말?

TV 앞에 앉아 방송 프로그램을 기다리거나 프로그램을 못 볼까봐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각 지상파 방송국의 인터넷 홈페이지 VOD(Video On Demand: 이용자가 요청하는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주문형 비디오 조회 시스템) 서비스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행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주목할 것은 VOD 조회수가 기존 시청률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 지난 한 주간(18∼24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통합 시청률 순위를 보면 1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위 MBC ‘굳세어라 금순아’, 3위 SBS ‘패션70s’, 4위 KBS ‘불멸의 이순신’, 5위 MBC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다.(TNS 미디어코리아 집계)

하지만 각 방송사의 VOD 조회수 순위는 오히려 시청률 순위와는 반대 양상이다. KBS ‘부활’은 시청률 순위 20위권 밖인 데다 시청률은 8.6%에 불과했지만 VOD 조회수는 50만1724건으로 KBS VOD 순위 2위다. ‘어여쁜 당신’의 경우는 반대. 시청률은 20.7%로 8위지만 VOD 조회수는 ‘부활’의 3분의 1도 안 되는 16만186건이다.

MBC는 ‘내 이름은 김삼순’, ‘굳세어라 금순아’ 등 인기 프로그램의 VOD 조회수가 1, 2위로 시청률과 일치했지만 3∼5위는 시청률 20위권 밖의 프로그램들이 차지했다. SBS의 경우는 시청률 20위권 밖인 ‘그것이 알고 싶다’가 VOD 조회수로는 1위였다.

○다매체시대에 적합한 시청률 평가 기준 필요

VOD 조회수와 TV 시청률의 차이가 큰 이유는 20, 30대 시청자들이 TV가 아닌 경로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 VOD 조회수 상위의 프로그램 대부분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드라마다. TV 시청 행태를 조사한 AGB닐슨미디어리서치(2004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TV를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0대 48.8%, 20대 44.7%, 30대 31.2%, 40대 20.9%, 50대 8.7%로 세대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VOD 조회수는 기존 시청률에 나타나지 않는 특정 시청자군(10, 20대)의 성향을 보여준다. 시청률은 광고단가를 좌우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방송사 광고의 주요 타깃인 젊은층이 VOD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것은 프로그램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상파 방송 3사의 VOD 동영상 광고를 대행하는 퓨센스에드의 이두호(39) 국장은 “기존의 시청률은 시청가구 수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만 VOD 조회수는 성, 직업, 나이 등 구체적인 시청자 반응을 보여주므로 기존 시청률과 함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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