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34>다산시선-정약용

  • 입력 2005년 5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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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1762∼1836)은 당시 유교사상의 공허한 관념과 현실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추구했던 조선 후기 실학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저술은 500권이나 되는 방대한 것으로, 그 내용은 유교 경전을 해석한 ‘경학’과 국가 경영의 방법을 제시한 ‘경세학’을 두 축으로 문학 역사 지리 의례 음악 풍속 의학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다.

1930년대에 신조선사에서 한문판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가 간행된 이후 그동안 많은 번역서와 선집 및 연구서가 나왔다.

먼저 번역서로는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그의 시와 문집을 번역한 ‘국역 다산시문집’(9권)이 있고, 경학 저술로는 전주대학 호남학연구소에서 ‘대학’ ‘중용’ ‘논어’에 관한 주석이 번역되었다. 이지형의 ‘맹자’ ‘서경’에 관한 주석 번역도 믿을 만하다.

경세학의 저술로는 다산연구회의 ‘목민심서’ 번역이 가장 충실하고, 민족문화추진회의 ‘경세유표’ 번역과 박석무 정해렴의 ‘흠흠신서’ 번역이 있다.

정약용의 저술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좀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의 저술에서 가려 뽑아 번역한 선집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그의 시를 선집한 것으로 송재소의 ‘다산시선’이 있다. 또 편지나 산문과 논설을 선집한 것으로 박석무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산문선’ ‘다산 논설선집’, 이익성의 ‘다산논총’이 있다.

그러나 정약용의 학문세계를 균형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체계에 맞는 ‘다산문선’의 새로운 편찬이 필요하다.

송재소의 ‘다산시선’은 정약용의 문학적 세계만이 아니라 그의 인간적 고뇌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고, 그의 실학 정신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좋은 선집으로 꼽을 수 있다. 정약용의 시에서는 서정적 감흥이나 자연적 정취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시된다.

그러나 그의 실학 정신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은 당시 우리 서민 생활의 풍속과 노동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른바 ‘조선시(朝鮮詩)’의 세계와, 당시 빈곤한 백성의 참혹한 생활 모습과 착취 속에 고통받는 비참한 현실을 처절하게 고발하는 ‘사회시(社會詩)’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다산시선’은 정약용의 많은 시 가운데서 그의 인간과 사회의식과 시대정신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시를 잘 골라서 주석과 해설을 붙여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정약용 자신이 선언한 ‘조선시’는 농촌과 어촌의 서민 생활을 묘사하면서 특히 토속언어를 그대로 살려 우리의 정서와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준다.

이러한 ‘조선시’는 바로 그가 우리의 역사 지리 언어 풍속에 관해 폭넓은 관심으로 조사하고 발굴함으로써 국학(國學)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민족의식을 각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그의 ‘사회시’는 고통받는 백성의 현실을 고발하면서 백성에게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가 있고, 관리에게는 백성의 삶을 지켜 주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절실하게 확인시켜 준다.

그것은 ‘목민심서’를 비롯한 그의 경세학 저술에서 백성에 대한 사랑과 공직에 대한 봉사의무를 강조하고, 합리적이며 평등한 사회적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 개혁의 이론과 통하는 사회사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금장태 서울대 교수·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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