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 읽기의 방법’…온몸으로 느껴라

  • 입력 2005년 4월 22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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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의 방법/유종호 지음/296쪽·9000원·삶과꿈

‘시’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으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가 시를 어렵게 느끼게 된 까닭을 국어 수업에서 찾았다. 한국인들은 보통 교과서에서 처음 시를 접한다. 국어 수업을 통해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분석하고 시험에 나올만한 시들은 통째로 외운다.

주요 부분을 밑줄 치고 선생님의 설명을 받아 적다보면 한 편의 시는 어느덧 빨간 펜으로 도배된다. 개별 시어의 의미를 외우기 바쁘다. 이런 과정에서 시는 영어독해처럼 공부하고 해석해야 될 거북한 게 돼버렸다.

정지용의 ‘유리창’을 예로 들며 저자는 “그리 어렵지 않은 작품인데 교과서 지침서나 학습서에서 과도한 읽기 해석을 하는 바람에 공연히 어렵게 만들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지만 과해석도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시에 나오는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물먹은 별’의 의미를 폐렴으로 죽은 정지용의 아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잉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시가 죽은 아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지만 이를 먼저 생각하고 시를 읽으면 시 자체보다 부분 부분의 의미에만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 읽기가 아니란 지적이다.

저자는 시인들도 모호한 글쓰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자는 박목월의 ‘송가(頌歌)’를 예로 들며 이 시가 훌륭한 이유는 ‘바람에 파닥거리는 흰 옷고름’, ‘남치마 자락’ 등 직접적이고 쉬운 말로 한복을 입은 한국 여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시도 사람이 하는 말인데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면 그것은 말한 사람 쪽의 책임인 경우가 많다”며 “흔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시의 경우, 심오한 사상이나 경지가 들어있다기보다 시인의 미숙이나 허영의 소치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시 읽기는 해석하고 비평하기에 앞서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한용운의 ‘복종’, 김소월의 ‘옷과 밥과 자유’, 김춘수의 ‘부재(不在)’, 서정주의 ‘풀리는 한강가에서’, 김지하의 ‘초파일 밤’, 타고르의 ‘마지막 흥정’, 두보의 ‘춘망(春望)’ 등을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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