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버렸다’ 前 동국대 교수 장휘옥-김사업 씨

  • 입력 2005년 1월 3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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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직을 버리고 경남 통영 앞바다 작은 섬에서 ‘오곡도 명상수련원’을 운영하며 수행하고 있는 김사업(왼쪽) 장휘옥 씨. 이들은 “일상과 수행이 하나가 된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오곡도 명상수련원
교수직을 버리고 경남 통영 앞바다 작은 섬에서 ‘오곡도 명상수련원’을 운영하며 수행하고 있는 김사업(왼쪽) 장휘옥 씨. 이들은 “일상과 수행이 하나가 된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오곡도 명상수련원
천신만고 끝에 얻는 대학교수 자리를 버리고 경남 통영 앞바다의 작은 섬 오곡도(烏谷島)로 들어간 두 사람이 있다. 불교학자인 장휘옥 김사업 전 동국대 교수는 수행에 전념하겠다면서 교수직을 미련 없이 버렸다. 가족은 물론 많은 주변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이들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왜 평범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까. 독특한 이력을 보면 언뜻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50대 초반의 독신여성인 장 전 교수는 부산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 편입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화엄사상으로 석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2년 자진 퇴직했다.

장 전 교수보다 10년 아래인 김 전 교수는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대기업 1년2개월 근무, 동국대 불교학과 편입학 후 석 박사과정 수료, 일본 교토대 박사학위 취득, 동국대 교수 재직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장 전 교수는 “20년 넘게 불교 교리를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내가 찾는 대자유는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면서 “목숨 걸고 수행해서 진리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오곡도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왜 나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노모와 집사람과 딸이 반대했지만 더 늦으면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 장 전 교수와 동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곡도의 폐교를 인수해 ‘오곡도 명상수련원’(055-644-9825)으로 개조했다. 개조공사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도 언덕배기의 이 수련원까지 각종 생필품을 져 날라야 하는 고생을 감수하고 있다. 텃밭에 채소도 가꾸고 있다. 장 전 교수는 “하는 일에 집중해서 잡념을 없애면 일하는 고통도 없고 속도도 난다”면서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지 걱정이 없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장 적합한 수행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나라의 선방과 수련시설을 찾아가 다양한 수행법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일본 임제종의 선방,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처,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프랑스의 프럼 빌리지, 스위스에 있는 티베트식 불교사원 라프텐 최링, 지난해 열반한 숭산 스님 제자들이 꾸려가는 프랑스의 관음 선원 등에서 치열하게 수행했다. 이들이 최근 펴낸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더북컴퍼니)에는 3년간 세계 유명 선방에서 수행한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장 전 교수는 “세계의 이름난 선방을 돌아본 결과, 일본 임제종의 간화선이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제종 간화선의 가장 큰 특징은 수행자가 매일 정기적으로 스승과 일 대 일로 만나 화두에 대한 자신의 경지를 보이고 점검받는 ‘독참(獨參)’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독참 전통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스승과의 대화 없이 혼자 참선하는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곡도 명상수련원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6박7일 일정으로 두 차례씩 집중수련을 실시하고 있다. 장 전 교수가 독참을 지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50여 명이 집중수련을 거쳐 갔다.

김 전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제 마음 편하게 수행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고, 장 전 교수는 “한판 살고 가야 하는 인생을 진취적이고 용기 있게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도 수행을 더해야 한다”고 겸손해 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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