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下>法존중-타인배려의 원칙 세우자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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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단체인 ‘자유주의 연대’의 출범식 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단체인 ‘자유주의 연대’의 출범식 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 헌법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확립을 천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유주의의 전통은 길지 않다. 더구나 과거 ‘자유’가 들어간 많은 관변단체의 이름에서 보듯이 자유주의는 반공과 정권 안보의 이데올로기로 잘못 인식돼 왔다.

학자들은 한국의 자유주의가 경제적 차원은 물론 정치적 측면에서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정치적 자유주의의 기본원리가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면서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의견차를 좁혀나가는 데 한국 자유주의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 한국 자유주의의 현실

이른바 ‘뉴 라이트(New Right)’ 계열의 학술 사회단체 등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안민정책포럼이나 자유주의연대는 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추구한다고 지향점을 밝힌다.

안민정책포럼의 장오현 회장(동국대 교수)은 “나의 자유가 공동체의 자유에 우선할 수 없다는 공동체 윤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 대표(서강대 겸임교수)는 “법치주의, 자기 책임의 원칙, 질서 확립을 위해 국가 개입을 인정하는 질서 자유주의의 요소 등을 포함한다”며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동체적 성격도 아우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동체 자유주의’는 공동체주의와는 다르다. 이들은 “개인주의 관념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전통을 고려해 공동체적 가치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자유기업원과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은 시장의 효율성 극대화를 강조하면서 국가 개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신자유주의 또는 자유지상주의를 고수한다.

● 자유주의의 한국적 과제

자유주의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다양성 인정, 법치주의, 자기 책임의 원칙,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 청산 등의 원리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동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적대시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당 주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정부더러 책임지라는 것은 결국 반자유주의적 행태”라며 “진정한 자유주의자라면 자유라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기 책임 원칙의 취약성은 과도한 국가 의존적 사고 또는 국가주의로 연결된다.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유주의를 말하면서 국가라는 집단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을 가볍게 여겨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법치주의 무시 행태도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제정된 법을 존중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주의의 측면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비환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애덤 스미스는 타인을 배려하는 자애심(慈愛心)이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사회적 공익에 이바지한다고 했다”며 “가진 자가 베푸는 것도 자유주의의 굳건한 틀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의 이해를 돕는 책
저자/ 출판사내용
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노명식 / 민음사 자유주의의 원리를 역사적으로 서술
자유의 미학서병훈 / 나남출판플라톤과 J S 밀의 자유론을 재조명
전환시대의 자유주의박우룡 / 신서원영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전개
아담 스미스의 자유주의박순성 / 풀빛아담 스미스를 도덕과 사회정의 관점에서 다시 읽기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이근식 / 한길사아담 스미스에서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까지 자유주의자 7인의 사상과 이론 소개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이근식 황경식 편 /삼성경제연구소경제사상, 철학, 정치사상으로서의 자유주의 고찰
자유주의의 원류이근식, 황경식 편 / 철학과 현실17∼18세기 유럽 계몽철학자들의 자유주의 사상 소개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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