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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0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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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 때만큼 기다려지는 게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휴가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휴가를 ‘지옥’으로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다. 왜 그럴까.
프로그래머인 A팀장(32)은 휴가 기간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이 증세는 회사에 복귀한 뒤에야 없어졌다. A팀장은 “PC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자금업무를 담당하는 B과장(34)은 휴가 중에도 매일 회사로 전화를 걸어 자금상황을 체크했다. B과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피서지에서도 휴대전화를 끼고 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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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휴가증후군’이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휴가 또는 휴일에 쉬는 것이 되레 짜증나고 무료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정신의학자들은 많은 현대인이 이 증후군에 걸려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강박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나타나는 증세는=피서지에서도 회사 일이 머리에 맴돈다. 자꾸 회사로 전화를 걸거나 걸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수시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일부는 “휴가가 끝난 뒤 제대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회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신문이나 방송을 챙긴다.
대체로 가슴이 답답하고 뒷머리가 당기거나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뭔가에 하기는 듯한 초조감을 느끼거나 자주 놀라기도 한다. 매사에 짜증이 묻어나고 움직이는 자체가 싫을 수도 있다. 휴가기간 내내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데 대해 상실감과 불안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왜 생기나=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휴가증후군에 걸리는 사람은 대부분 공격적이며 성취지향적이고 ‘일 중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을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해 부담을 느낀다는 것.
반면 소심한 성격의 인물도 종종 휴가후유증을 경험한다. 이들은 자리를 비우는 휴가 기간 동안 “내가 잘못한 일은 없나” “혹시 책상이 없어지지 않을까”하고 조바심을 낸다.
휴가증후군은 업무와 개인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서양보다 동양권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휴가를 휴식이 아닌 일의 연장으로 이해하는 문화가 이를 조장한다는 것.
여기에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혹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위기감이 일자리에 대한 집착으로 연결돼 나타나기도 한다.
▽대처법=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것은 나쁠 수 있다. 휴식을 취한다는 명목으로 잠자는 시간만 늘어 그동안 직장에서 생긴 심리적 탈진 상태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야외로 나가 기분전환을 하는 게 좋다.
평소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편이라면 휴가철에는 새로운 사람을 접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마음 편한 가족이나 동료와 여행을 떠나도록 한다.
아예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일로부터 심리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제전화가 가능한 로밍서비스를 받게 되면 업무와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므로 휴대전화를 두고 떠나도록 한다.
(도움말=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이동수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휴가 증후군 자가진단 ▼
다음 항목별로 "전혀 아니다(0점)" "가끔 그렇다(1점)" "자주 그렇다(2점)" 를 택한 뒤 전체 점수를 합산하면 된다. 10점 이하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10∼19점은 휴가증후군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그러나 20점을 넘으면 휴가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①평소 업무 부담이 심한 편이다.
②일을 다 마치지 못해 휴가가 부담스럽다.
③평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다.
④휴가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TV를 본적이 있다.
⑤휴가가 시작되면 내내 10시간 이상 잔적이 있다.
⑥휴가중 잠을 깬 뒤에도 개운하지 않고 머리가 멍한 적이 있다.
⑦휴가중 회사일이 궁금해 전화나 메일로 확인하곤 했다.
⑨휴가가 지나면 일을 잘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⑨휴가중 3일이상 쉬면 안절부절못한 적이 있다.
⑩휴가중 꼼짝하기 싫어서 종일 누워있던 적이 있다.
⑪휴가중 온몸이 쑤시고 찌뿌드한 적이 있다.
⑫휴가중 평소보다 피로감이 더 심한 적이 있다.
⑬휴가중 자꾸 일이 생각난 기억이 있다.
⑭휴가 때에도 전화를 받지 못할까봐 휴대전화를 자꾸 들여다보는 편이다.
⑮휴가중에 감기나 몸살이 더 잘 걸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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