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屋 上 架 屋(옥상가옥)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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屋-집 옥 架-세울 가 狐-여우 호

拙-못날 졸 遜-겸손할 손 酷-심할 혹

책이나 문장을 쓰는 데에도 간혹 狐假虎威(호가호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書評(서평)이 그런 예인데 때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고사 ‘洛陽紙貴’(낙양지귀·洛陽의 종이 값을 올림)의 주인공인 左思(좌사)가 쓴 三都賦(삼도부)는 본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작품인데 대시인 張華(장화)가 評을 하면서부터 일약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책을 쓴 뒤 名士(명사)에게 序文(서문)이나 書評을 부탁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대체로 친분이 있거나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경우에는 知人(지인)의 소개를 받아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대개는 ‘좋게’ 써주는 게 人之常情(인지상정)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훌륭한 작품을 好評(호평)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평범하거나 아니면 심지어 拙作(졸작)인 경우에도 걸맞지 않는 評을 한다면 본인은 물론 讀者(독자)까지 기만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4세기 초, 庾闡(유천)은 중국 東晉(동진) 때의 문장가였다. 도읍 揚都(양도·일명 建康, 현재의 南京)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揚都賦(양도부)를 지어 당시 세도가이자 친척인 庾亮(유량)에게 보내 評을 부탁했다. 庾亮은 친척간의 情誼(정의) 때문에 다소 과장된 評을 해 주었다.

“左思(좌사)의 三都賦(삼도부)와 비교해도 전혀 遜色(손색)이 없다.”

그 결과 사람들이 揚都賦를 다투어 베끼는 바람에 한 때 종이값이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고관으로 있던 謝安(사안)은 이같은 풍조를 개탄했던 사람이었다. 그가 보기에 이런 류의 작품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그 이전 東漢(동한)의 班固(반고)는 兩都賦(양도부)를, 張衡(장형)은 兩京賦(양경부)를 지었으며 左思 역시 三都賦를 짓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는 酷評(혹평)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꼴이구먼.”

그의 평은 틀리지 않았다. 그 뒤 南北朝(남북조) 北齊(북제)의 顔之推(안지추)는 자신의 顔氏家訓(안씨가훈) 序致(서치)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魏晉(위진) 이래의 문장은 내용이 중복되고 남의 흉내만 내고 있어 마치 지붕 위에 지붕을 얹고 平床(평상) 위에 平常을 쌓은 꼴이다.”

屋上架屋은 줄여서 ‘屋上屋’(옥상옥)이라고도 한다. 지붕이 있는데 다시 지붕을 얹는다면 얼마나 어색할까. 곧 屋上架屋은 괜히 쓸데없이 중복시키는 것을 뜻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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