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蝸 角 之 爭(와각지쟁)

  • 입력 2003년 1월 14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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蝸-달팽이 와爭-다툴 쟁 寓-빙자할 우

喩-깨우칠 유紛-어지러울 분 觸-느낄 촉

莊子(장자)의 寓言(우언)은 유명하다.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은근한 比喩法(비유법)을 사용하여 인간의 無知(무지)를 일깨우고 있다. 그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梁(양)의 惠王(혜왕)과 齊(제)의 威王(위왕)은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굳게 盟約(맹약)한 사이였다. 하지만 제후국간의 盟約이 깨진 예는 수없이 많다. 먼저 盟約을 깬 이는 齊의 威王이었다. 그러자 화가 난 惠王은 刺客(자객)을 보내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는 먼저 여러 대신들과 함께 이 문제를 의논하게 되었다. 激論(격론)과 함께 贊反(찬반) 양론이 紛紛(분분)했다.

장군 公孫衍(공손연)은 군사를 일으켜서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匠人(장인) 季子(계자)는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전쟁 자체를 반대했으며 또 다른 匠人 華子(화자)는 이 문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民心(민심)을 혼란에 빠뜨리는 짓이므로 반대했다. 그러자 난처해진 惠王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君(군)께서는 다만 道(도)를 좇으시면 됩니다.”

惠王은 어리둥절했다. 이 때 宰相(재상) 惠施(혜시)가 戴晉人(대진인·梁의 賢人)을 시켜 왕에게 말하도록 했다.

“달팽이를 아십니까?” “물론 알고 있소.”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觸氏國(촉씨국)이, 오른 쪽 뿔에는 蠻氏國(만씨국)이 있지요. 두 나라는 서로 땅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일삼는 바람에 수만 명의 사망자가 났습니다. 또 도망가는 상대를 15일 동안이나 추격했다가 回軍(회군)했지요.”

“그런 허무맹랑한 말이 어디 있소?”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모양인데 그럼 현실에다 比喩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왕께서는 이 宇宙(우주)에 끝이 있다고 보십니까?” “없소.”

“그렇다면 그 끝없는 宇宙를 노니는 자에게는 ‘나라’라는 존재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겠지요?” “물론 그럴 것이오.”

“그 나라 가운데 魏(위)가 있고, 위 가운데에 梁(양)이 있으며 그 梁 가운데에 王이 있으니 王과 蠻氏國간에 무슨 차이라도 있을까요?” “아무런 차이도 없겠소.”

戴晉人이 물러가자 惠王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결국 惠王은 그의 말에 감동되어 전쟁을 포기하고 말았다. ‘蝸角之爭’이란 ‘蝸角(달팽이 뿔·촉각) 위의 두 나라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극히 하찮은 일을 가지고 다투는 것을 말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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