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乾 坤 一 擲(건곤일척)

  • 입력 2002년 12월 1일 19시 26분


乾-하늘 건 坤-땅 곤擲-던질 척

賞-상줄 상 却-물러날 각患-근심 환

秦(진)말, 暴政(폭정)에 견디다 못한 陳勝(진승)이 반기를 들자 각지에서 반군이 일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자는 項羽(항우)였다. 마침내 그는 秦을 멸망시키고 楚覇王(초패왕)이 되어 천하를 손에 넣었다(기원전 206년).

그러나 명목상의 군주였던 楚의 義帝(의제)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論功行賞(논공행상)에도 문제가 있자 천하는 다시 술렁이게 되었다. 田榮(전영). 彭越(팽월). 陳餘(진여) 등이 일어나자 項羽가 그들을 토벌하는 사이 漢王(한왕)에 봉해졌던 劉邦(유방)도 반기를 들고 關中(관중)을 차지하게 되니 이제 천하는 두 사람이 다투는 형국이 되었다.

이듬해 봄, 項羽가 齊(제)를 치는 사이를 틈 타 劉邦이 50만 대군을 이끌고 彭城(팽성·현 江蘇省 徐州)을 점령했지만 項羽가 彭城으로 되돌아와 漢軍(한군)을 대패시킴으로써 劉邦은 목숨만 간신히 건져 도망치게 되었다. 그 후 戰列(전열)을 재정비한 劉邦이 韓信(한신)과 彭越(팽월)의 도움으로 다시 項羽를 치니 쌍방은 천하를 楚와 漢으로 양분하는 협약을 맺게 된다. 협약이 성립되자 項羽는 군사를 退却(퇴각)시켰다. 이 때 劉邦도 退却시키려고 하자 張良(장량)과 陳平(진평)이 말했다.

“楚軍은 극도로 피폐해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楚를 멸망시킬 수 있는 絶好(절호)의 기회입니다. 호랑이를 길러 後患(후환)을 남기지 마십시오.”

마침내 劉邦은 楚軍을 추격하여 垓下(해하·현 安徽省 靈壁縣)에서 포위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1000년이 지나 唐(당)의 韓愈(한유·768-824)는 ‘過鴻溝’(과홍구·홍구를 지나다)라는 시를 지어 당시의 상황을 노래했다.

龍疲虎困割川原(용피호곤할천원)-龍虎가 모두 지쳐 천하를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성명존)-비로소 億萬蒼生 목숨을 건졌는데

誰勸君王回馬首(수권군왕회수마)-그 누가 말머리를 돌리게 하여

眞成一擲賭乾坤(진성일척도건곤)-乾坤一擲을 賭博(도박)하게 했던고?

投擲(투척)·快擲(쾌척)이란 말이 있다. 一擲은 ‘단숨에 던진다’는 뜻이며 乾坤은 ‘하늘과 땅’, 곧 天地를 말한다.

賭博에는 판돈을 거는 법. 韓愈의 눈에는 劉邦이 말머리를 돌린 것이야말로 天下를 건 일대 賭博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乾坤一擲이라면 賭博의 판돈으로 天地를 내걸 정도의 모험을 한다는 뜻으로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 승부를 내는 일종의 死生決斷(사생결단)인 셈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