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민미술관 재개관 기념전 '도시에서 쉬다'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12분


염은경의 설치미술 '햇빛 속의 산책'. 500X600X270cm.
염은경의 설치미술 '햇빛 속의 산책'.
500X600X270cm.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한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일민미술관. 번잡한 도심을 지나 일민미술관의 세련되고 투명한 아트리움에 들어서면 일상의 어수선함을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1층 카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그곳에선 휴식같은 전시가 사람을 맞이한다. 도시에서의 삶의 의미를 모색해보는 기획전 ‘도시에서 쉬다’.

일민미술관 재개관 기념전으로 4월7일까지 계속된다. 주명덕 황인기 염은경 최진욱 김호석 정연두 정세라 한계륜 등 사진 회화 설치 장르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8인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공간을 피하지 않고 도시의 풍경과 일상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삶의 의미와 휴식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많은 도시인들이 도시를 탈출하고 싶어도 결국 도시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주명덕은 도심의 빌딩과 하늘 풍경을 마치 산사보다 더 고즈넉한 사진으로 환생시켜 놓았다. 도심에도 이같은 적막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도심에서의 안식을 제공한 것이다.

황인기는 장난감 레고로 쌓은 서울 달동네 풍경을 거대한 화폭에 구현했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애틋한 달동네가 장난감 소재와 어울리면서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김호석의 '서울 2001, 여름'

염은경의 작품은 독특한 종합예술이다. 창덕궁 인정전과 배경 사진을 여러 부분으로 조각낸 뒤 다시 이어 붙였다.

그 주변에 서울의 다양한 풍경 사진, 비디오 화면을 설치한 뒤 바닥엔 새털을 깔았다. 서울의 현실 풍경을 환상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결국, 도시의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우리가 상실해가는 자연과 전통이 복원되어야 한다는 갈망의 표현이다.

‘도시에서 쉬다’엔 이처럼 도시는 떠나버릴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보듬어야할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작가들의 인식은 차분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일민미술관의 매력적인 건축물도 감상하고 아울러 바로 옆 동아미디어센터의 신문박물관에 들르면 더욱 멋진 문화 나들이가 될 것이다. 02-2020-2055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