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예쁜나비 볼 수 있어요"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35분


“겨울에도 나비를 볼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대기업 부장직을 버리고 나비에 인생을 건 박윤씨(43·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그는 알에서 유충으로, 유충에서 번데기로, 다시 성충으로 이어지는 나비의 생장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원하는 시기에 나비를 대량생산해 내는 ‘나비나라’라는 이색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겨울인 요즘에도 이곳의 사육실에서는 연노랑색 나비들이 팔랑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99년 창립된 나비나라에는 생태관, 표본실, 사육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육실에는 한겨울인 요즘에도 번데기에서 깨어난 나비들이 작은 날갯짓을 하며 봄을 재촉하고 있다.

봄 여름에만 운영되는 생태관은 비닐하우스로 지어졌고 내부에 각종 꽃과 나무, 미니 연못이 가꾸어져 있어 자연 그대로의 나비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근 유치원 어린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표본실은 나비와 딱정벌레, 나방 등 곤충 200여종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사육실에서는 나비의 유충과 번데기, 성충에 이르기까지 나비 생장의 모든 과정을 겨울철에도 볼 수 있다.

호랑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등 이곳에서 키우는 수십종의 나비들은 먹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매년 먹이식물의 작황에 맞춰 나비 품종을 선택해 집중 사육한다.

보통 알에서 성충이 되는 데 40∼50일 걸리지만 나비나라에서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번데기를 냉장보관하는 방법으로 성충이 되는 시기를 일정기간 늦출 수 있다.

이 덕분에 나비의 출하시기를 맘대로 조정해 주문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종류의 나비를 길러낼 수 있게 돼 자연 상태대로 기를 때보다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또 성충뿐만 아니라 유충도 판매하고 있어 나비의 한살이를 관찰하려는 꼬마 손님들의 주문도 연중 줄을 잇는다.

생산된 나비는 주로 결혼식 등의 행사에 깜짝 이벤트용으로 팔려 나가는데 최근에는 영화와 CF촬영용으로도 인기를 모으는 등 점차 수요 폭이 넓어지고 있다.

나비 중에서는 비교적 크기가 작고 색이 고운 배추흰나비가 가장 인기가 있다. 날아다니는 반경이 작아 우아해 보일 뿐만 아니라 암컷이 일생 동안 단 한번만 교미하는 특성이 알려져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호한다.

전자공학도였던 박씨는 외환위기 때인 98년 5월 정리해고 바람에도 끄떡없이 잘 다니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어릴 적부터 수집 취미를 갖고 있던 나비로 인생 목표를 수정했다.

그는 퇴직 후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 나비사육업체에서 기본적인 방법을 배운 뒤 귀국해 곧바로 국내 유일의 나비사육 기업을 세웠다.

99년 4월 창업 후 1년여 동안 고전을 거듭했다. 그 후 펼치면 살아 있는 나비가 날아오르는 축하카드를 개발해 실용신안을 받아내는 등 대외적으로 나비의 사업화에 성공했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butterflyworld.co.kr)를 통해 나비 사육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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