姓씨 로마자표기 어떤게 옳은가?…국어硏 설문조사 착수

  • 입력 2001년 8월 8일 19시 07분


김씨는 ‘Kim’인가, ‘Gim’인가? 이씨는 ‘Lee’ 혹은 ‘Yi’인가, 아니면 ‘I’인가?

국어 로마자 표기에서 마지막 남은 딜레마인 성씨(姓氏) 표기 문제.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이 최근 성씨 표기에 관한 여론조사에 들어가 다음달부터 시안을 작성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씨의 로마자 표기는 개인에 따라 표기 방식이 달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7월 새 국어로마자표기법을 개정하면서 성씨 표기만은 추후에 별도로 정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이 이번주부터 설문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설문 대상은 교사 교수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1만 명에 이른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도 검토 중이다. 9월부터 설문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시안을 작성해 전문가와 국어심의회 심의를 거친 뒤 11월 중 로마자 성씨 표기법을 고시할 예정.

만약 현행 로마자 표기법을 그대로 따른다면 김씨는 ‘Gim’, 이씨는 ‘I’, 강씨는 ‘Gang’, 박씨는‘ Bak’, 최씨는 ‘Choe’, 노씨는 ‘No’, 오씨는 ‘O’, 우씨는 ‘U’로 써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표기는 현실과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이씨를 I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현행 로마자 표기법을 강제로 따르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예외 규정을 둘 것인지, 예외를 둔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아예 로마자 표기법을 무시할 것인지 등이다.

설문조사 결과는 9월 중 나온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대로 시안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판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외를 최소한으로 인정하면서 로마자 표기법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시안을 만들겠다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원칙론(로마자 표기법 준수)〓인명 표기는 철저하게 로마자 표기를 따라야 하고 처음부터 예외를 인정하면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견해. “신씨 노씨처럼 Sin, No가 영어에서 나쁜 뜻의 단어라고 해서 Shin, Noh와 같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씨의 경우는 비록 Lee가 널리 쓰인다 해도 원음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기회에 Yi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변광수 한국외국어대교수)

▽원칙론+현실론(로마자 표기법 준수+예외 인정)〓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일부 표기법에 맞지 않는 표기가 널리 쓰이는 성은 관용 표기로 허용하자는 의견. “‘Kim’ ‘Kang’ ‘Lee’ ‘Woo’ ‘Park’ ‘Choi’ ‘Shin’ ‘Noh’를 허용하자. 이 오 우씨의 경우 ‘I’ ‘O’ ‘U’가 되어 현실성이 낮기 때문에 ‘Yi’ ‘Oh’ ‘Wu’도 허용하자.”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철저한 현실론(로마자 표기법 준수 반대)〓성씨 표기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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