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과외비 실태]年30만원이하 줄고 150만원이상 늘어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42분


교육인적자원부가 3일 발표한 ‘2000년 과외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각종 교육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액과외는 더 증가해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공교육 위기’도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극심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 현상이 과외에도 나타나 장기적으로 지역별 계층별 학력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부유층 고액과외 증가〓과외 비율이 줄었는데도 과외비가 늘어난 것은 고액과외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 서울 강남(강남 서초 송파구 지역)과 신도시 지역의 과외비를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금방 드러난다.

연간 과외비 지출이 30만원인 소액과외 비율은 99년보다 10.7%포인트 떨어진 16.6%인 반면 150만원 이상 고액과외 비율은 28.7%로 4.4%포인트 늘었다.

과외를 받은 강남의 학생 1인당 평균 과외비는 연간 286만6000원으로 99년보다 94만3000원(49%)이 늘었고 일산 분당 등 신도시는 232만7000원으로 72만400원(45.1%)이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각각 2.1배, 1.7배 수준이다.

그러나 과외를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전국 학생 평균 과외비(88만9000원)와 비교하면 강남이 235만3000원으로 2.6배, 신도시가 200만8000원으로 2.3배 많은 과외비를 지출했다.

여기에 자녀 1, 2명을 둔 가구당 과외비 지출은 전국 평균이 184만원인 데 비해 강남이 438만원, 신도시가 441만원으로 큰 차이가 났다.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송보경(서울여대 교무처장)회장은 “경제위기 이후 계층간 소득 양극화가 교육에서도 엄청난 불평등을 가져오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교육 정상화와 소외계층의 교육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공교육 불신〓학부모의 57.9%, 교사의 71.6%가 보충수업 폐지가 과외비 증가를 초래했다고 응답했다.

2002학년도 대입제도도 학부모 49.5%, 교사 42.9%가 과외비 증가를 불렀다고 응답했고 학부모의 35.0%만 과외비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입 특별전형 활성화도 과외비 증가를 가져온다는 응답이 학부모의 42.6%, 교사의 41.4%였으며 수행평가에 대해 학부모의 46.9%가 과외비를 늘릴 것이라고 응답해 줄일 것이라는 응답(41.1%)보다 많았다.

‘쉬운 수능’도 과외비를 줄이지 못한다는 평가다. 학부모의 32.5%, 교사의 30.6%만 ‘과외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으나 ‘별영향 없다’는 응답이 학부모 41.5%, 교사 61.1%를 차지했다.

특기적성교육이 확대됐지만 학부모의 24.1%, 교사의 31.8%만 과외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는 별영향 없거나(41.6%, 54.6%) 오히려 과외비를 늘렸다(30.5%, 13.6%)고 응답했다.

▽과외금지 위헌결정은 영향 없어〓위헌결정이 있었던 지난해 4월27일 이전인 1∼4월 월평균 과외교습 비용이 10만200원이었던 것에 비해 5월 이후에는 평균 11만7500원으로 결정 이후 1만7000원 정도 과외비가 늘었다.

헌재 결정이 과외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학부모 비율은 10.7%에 불과해 내신성적 반영(70.4%), 수능시험(54.1%) 등 다른 요인보다는 영향이 적었다.

위헌결정 여부와 상관 없이 이미 과외가 보편화되고 깊숙이 뿌리내렸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과외경험 비율〓과외를 하고 있거나 해봤다고 응답한 비율이 58.2%로 4.1%포인트 줄었다. 과외비율은 초등이 70.7%로 0.6%포인트 늘어난 반면 중학생은 3.3%포인트, 고교생은 11.6%포인트 줄었다.

과외 종류는 입시 보습학원(28.8%), 특기 재능학원(25.6%), 학습지 통신과외(23.0%) 등이었고 개인 그룹과외는 99년 15.4%에서 지난해 11.8%로 줄어들었다.

개인 그룹과외는 서울 강남과 분당 일산 등 신도시가 각각 25.3%, 24.6%로 가장 높았고 소득 수준별로는 월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서 높았다.

▽과외 동기 및 과외비 부담〓학생들은 58.0%가 자발적으로 과외를 한다고 응답했고 부모가 시켜서 한다는 학생은 29.9%였다. 동기는 ‘학교보다 심화학습을 시키고 싶어서’(34.3%), ‘학교공부를 못 따라가기 때문’(21.4%) 등으로 학교공부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외비가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는 54.9%로 전년도의 49.2%보다 5.7%포인트 늘었고 가구 수입대비 과외비 비중이 20% 이상이라는 응답률도 34.5%로 2.7%포인트 늘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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